뉴욕증권거래소 (사진=AFP)
엔비디아는 전날 장 마감 후 발표한 4분기 실적에서 매출과 순이익이 모두 시장 기대를 웃돌았고, 시간외 거래에서는 주가가 상승했다. 그러나 콘퍼런스콜에서 향후 매출 전망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정규장 개장 후 매물이 쏟아지면서 5.5% 하락마감했다.
시장에서는 AI 투자 스토리의 ‘초과 수익 구간’이 정점을 지났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마이크 지그먼트 비즈덤인베스트먼트그룹 공동 트레이딩 책임자는 “지난 2년간 이어진 폭발적 수익률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 일부 투자자들이 이탈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증시는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AI 설비투자(capex) 확대와, 동시에 AI 기술이 소프트웨어·자산관리·물류 등 기존 산업을 교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맞물리며 변동성이 커진 상태다. LGT프라이빗뱅킹의 미카 카스텐홀츠 투자솔루션 총괄은 “기술 지출, AI로 인한 산업 재편,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 복합적 요인이 얽혀 있다”며 “엔비디아 실적 하나만으로는 이런 불안을 잠재우기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의 핵심 고객인 대형 클라우드 업체(하이퍼스케일러)들이 AI 인프라 투자에 막대한 현금을 투입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자산운용사 나인티원의 댄 핸버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들이 현금흐름을 AI 관련 설비투자에 대부분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엔비디아가 현재와 같은 고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반도체 종목도 동반 급락했다. 브로드컴은 3.2% 이상 하락했고, 네덜란드의 ASML은 4.2% 떨어졌다. 램리서치와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각각 4.2%, 4.9% 밀렸으며, 서버업체 슈퍼마이크로컴퓨터도 3.9% 하락했다. 웨스턴디지털(-3%)과 씨게이트테크놀로지(-2.9%) 등 메모리 관련 종목도 약세를 보였다.
자누스헨더슨의 리처드 클로드 기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논쟁의 초점이 단기 실적에서 AI 설비투자 지출의 지속 가능성으로 이동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최근 주가 부진에도 불구하고 이익 전망 상향을 감안하면 엔비디아는 일부 AI 경쟁사 대비 상당한 할인 구간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HSBC의 프랭크 리 반도체 리서치 총괄은 “엔비디아 실적은 낙관적 기대를 뛰어넘었지만, 새로운 성장 서사에 대한 메시지는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최근 급락세를 보였던 소프트웨어 종목은 이날 반등했다. 세일즈포스는 4% 상승했고, 가트너·워크데이·크라우드스트라이크 등도 2% 이상 올랐다. 세일즈포스의 마크 베니오프 최고경영자(CEO)는 AI 확산으로 소프트웨어 업계가 ‘사스포칼립스(SaaS의 종말)’에 직면했다는 우려를 일축했지만, 전날 제시한 연간 실적 가이던스는 시장 기대를 밑돌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