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영향력 약해지나…"AI 불안 여전, 美증시 G7 최하위"

해외

이데일리,

2026년 2월 27일, 오전 09:21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엔비디아가 호실적을 내놨지만 시가총액은 372원 이상 증발했다. 인공지능(AI)에 대한 시장 불안이 여전히 남아 있어서다. 미국 증시 성장률이 주요7개국(G7)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며, AI주(株) 간판 종목들이 시세를 밀어올리는 효과도 약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엔비디아 시총 2600억달러 증발…AI·반도체주 일제 약세

26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AI·반도체 대장주인 엔비디아의 주가는 이날 5.46% 급락했다. 세계 1위인 시가총액도 이날 하루 거래만으로 2600억달러(약 372조 4500억원)가 사라졌다.

엔비디아 외에도 대형 기술주 그룹 ‘매그니피센트7’ 가운데 애플(-0.47%)·알파벳(-1.88%)·아마존(-1.29%)·테슬라(-2.11%)의 주가가 이날 일제히 하락했다.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MS) 주가는 각각 0.51%, 0.28%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브로드컴과 마이크론도 한때 7%, 6% 이상 떨어지는 등 반도체주 전반이 약세를 보였다.

엔비디아가 전날 발표한 2026회계연도 4분기(2025년 11월~2026년 1월)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AI를 둘러싼 시장 경계감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향후 가이던스를 포함해 엔비디아의 실적 자체는 매우 견조했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AI 반도체 종목에서 자금을 빼내는 움직임과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설비투자 둔화 전망이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MS, 메타, 구글 등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로 불리는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 대상 매출이 엔비디아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AI 인프라 투자 속도가 둔화하면 엔비디아 성장세도 함께 꺾일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전 세계 자금을 빨아들이며 미 증시 상승세를 견인했던 AI 관련 종목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이날 0.54% 내렸다. S&P500에서 매그니피센트7의 시총은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AI 장세를 대표해 온 간판 종목들의 주가 부양 효과에도 서서히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개인투자도 변화 조짐…엔비디아 영향력 약해지나

2022년 11월 오픈AI의 ‘챗GPT’ 공개 이후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는 개별 기업의 실적 발표를 넘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증시를 움직이는 거시 이벤트로 받아들여졌다. ‘AI 버블’ 논쟁 등 AI발(發) 상승랠리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 때마다, 엔비디아의 호실적이 기대를 되살리는 역할을 했다.

다만 최근 몇 분기 동안 엔비디아 실적 발표 직후의 시장 반응을 보면, 그 영향력은 점차 약해지는 양상이다. 직전 7번의 분기 실적 발표 가운데 발표 다음 날 엔비디아 주가와 S&P500이 동시에 상승한 경우는 두 차례에 그쳤다.

엔비디아 주가에 열광하던 개인투자자들의 매매 패턴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난다. 미 조사기관 반다리서치에 따르면 이날 장 초반 개인투자자들의 엔비디아 매수 주문 규모는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으나, 매도 주문도 함께 불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니혼게이자이는 “그간 개인투자자들은 주가 하락 시를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매수·매도가 뒤섞이는 최근의 흐름은 그만큼 강세에 대한 확신이 약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AI 의존 심화한 美증시, 성과는 G7 최하위

AI 관련주 부진은 미 증시 전체 성과가 다른 선진국 시장에 비해 뒤처지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국가별 지수(달러 기준)에 따르면 미국 주식은 2024년 23% 상승하며 G7 가운데 두드러진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엔 16% 상승에 그치며 G7 중 최하위로 밀렸다. 올해도 연초부터 전날까지 상승률이 1%에 그쳐 여전히 G7 가운데 가장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낙관적 전망도 여전히 상존한다. 팩트셋의 존 버터스 애널리스트는 매그니피센트7의 올해 연간 순이익 증가율이 23%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S&P500에 포함된 나머지 493개 종목의 12%와 비교해 2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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