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뉴욕증권거래소(NYSE) 인근에 ‘월스트리트’ 표지판이 걸려 있다. (사진=AFP)
지난 23일 AI가 실업률을 높여 소비를 잠식한다는 내용의 온라인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 글이 소프트웨어와 사모자본 섹터 전반에 매도세를 불러일으켰다. 같은 날 AI 스타트업 앤스로픽(Anthropic)이 클로드 코드(Claude Code) 툴이 기존 프로그래밍 언어를 대체할 수 있다고 밝히자, IBM 주가는 13% 폭락했다. 2020년 3월 이후 26년만의 최대 낙폭이다.
헤지펀드 밸류웍스 창업자 찰스 레모니데스는 “최근 변동 폭이 그냥 미칠 지경”이라고 말했다. 존스 트레이딩의 마이크 오루크는 “종목 선정이 이제 급락을 피하는 문제가 됐다”고 진단했다.
◇‘분산 트레이드’ 수요 급증
투자자들은 이른바 ‘분산 트레이드(dispersion trade)’로 대응하고 있다. 개별 종목 변동성은 매수하고 지수 변동성은 매도해, 잔잔한 지수와 요동치는 개별 종목 사이의 괴리에서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은 연초 이후 1%밖에 오르지 않으며 2.7% 범위 내에서 거래됐다. 1964년과 1966년을 제외하면 지난 100년 중 가장 좁은 범위다. 하지만 개별 종목의 움직임과 S&P 500 안정성 간 격차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고 시타델 시큐리티즈는 밝혔다.
바클레이즈의 퀀트 투자전략 헤드 안슐 굽타는 “분산 트레이드를 쫓는 자금 규모가 이전보다 커졌다”며 “헤지펀드뿐 아니라 자산운용사와 연기금도 점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미국 주식전략 헤드 마니시 카브라는 “AI 혼란의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기술 섹터 분열에 베팅하려는 자산관리 고객 문의가 늘고 있다”며 “누가 이길지 모르지만, 절대적 분산에 베팅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주 뉴욕시 맨해튼 자치구에 있는 ‘돌진하는 황소상(차징 불)’의 모습. (사진=로이터)
일부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보호에 나서고 있다. 노무라의 찰리 맥엘리곳 매니징 디렉터는 “기관 고객의 헤지 수요가 끊이지 않는다”며 고객들이 소프트웨어 기업을 주요 보유 종목으로 포함한 인베스코 시니어론 ETF와 아이셰어즈 하이일드 회사채 ETF의 풋 옵션 매수를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JP모건은 ‘트리플 엣지 헤징 프레임워크’를 고객들에게 소개했다. 변동성이 높아질 때 단기 S&P 500 풋을 볼록성 있게 매수하고, 장세가 안정되면 비용 효율적 수익 구조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모건스탠리 웰스매니지먼트의 리사 샬렛은 소비재 주식을 공매도하고 산업재를 매수하는 ‘페어 트레이드’도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 둔화 징후와 대형언어모델(LLM) 인프라 투자 수혜주에 동시에 베팅하는 전략이다.
◇분산 트레이드의 역풍 가능성도
다만 분산 트레이드는 지정학적 리스크나 무역전쟁 격화로 주식이 일제히 하락하는 상황이 오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러퍼의 펀드매니저 재스민 여는 “그런 상황에서 분산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지수 수준의 변동성 방어 수단을 강제 매수하게 되면 시장 전반의 매도세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S&P 500 지수 추이. 올해 들어 S&P 500 지수는 뚜렷한 방향성 없이 6800~6980 사이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단위: 포인트, 자료: LSEG, F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