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치매 등으로 판단 능력이 떨어진 고령자를 돕는 척 접근해 거액을 탈취하는 사기 범죄가 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러한 ‘특수 사기’ 피해자 가운데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해 59%(금액 기준)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30년 일본 내 치매 환자는 523만명, 전 단계로 여겨지는 경도인지장애(MCI)는 593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독거 노인이 늘면서 65세 이상 가구 중 1인 가구 비율은 2022년 30%를 넘어섰다.
(사진=AFP)
당초 가까운 가족이나 친족이 후견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실제로는 99%가 법정후견인이다. 적정한 친족이 없다는 이유로 변호사나 사법서사(법무사) 등 전문직이 후견인으로 선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2024년 신규 선임된 후견인 가운데 사법서사가 29%, 변호사가 21%로 가장 많았고, 친족은 17%에 그쳤다.
사실상 성년후견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후견인이 법원이 선임해준 전문직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히로시마에현에 사는 한 여성 노인의 계좌에서 1000만엔(9202만원)이 사라진 것을 후견인 감독을 맡은 가정법원이 수상하게 여겨 조사해본 결과, 여성의 후견인이었던 변호사가 무단 인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변호사는 다른 노인 남녀 3명의 계좌에서도 4년에 걸쳐 2000만엔 이상을 빼돌렸으며, 법원엔 조작한 통장 사본을 제출했다. 가로챈 돈은 유흥주점 출입과 명품 구매에 쓰였다.
이와 같은 사법서사·변호사 등 전문직 후견인의 횡령 등 비리는 2015~2024년 243건이 발생했으며, 피해액은 13억 5000만엔(약 124억 3000만원)에 달한다. 이에 일본 대법원은 2019년 가정법원에 “가까운 지원자인 친족 등을 후견인 등으로 선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방침을 제시하기도 했다.
가정법원이 선임한 법정후견인들의 횡령 사례뿐 아니라 본인·가족의 뜻과 판단이 어긋난다는 불만·불신도 적지 않다. 지난해 7월 성년후견 제도 재검토 논의를 위한 법제심의회에는 “후견인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시설에 입소시켜 면회조차 할 수 없다”는 가족들의 호소가 이어졌다.
이에 최근엔 ‘법인’ 형태의 임의후견인이 등장했다. 도쿄에 사는 84세 여성은 시나가와구 사회복지협의회와 임의후견 계약을 맺고, 향후 판단 능력이 떨어질 경우 계약 내용에 따라 협의회가 재산 관리를 맡도록 했다. 법정후견인보다 본인 의사가 더 잘 반영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다만 협의회 역시 수익성과 인력 확보라는 난제를 안고 있다. 담당자는 “수요는 많을 테지만 적자 사업인 데다 인력이 부족해 쉽게 규모를 늘리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