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도, 지상군도 쉽지 않아…4주가 고비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3월 06일, 오전 05:00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군사작전(오퍼레이션 에픽 퓨리·작전명 장대한 분노)의 종료 시점으로 ‘4~5주’를 자신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장기전으로 가면 미국도, 이란도 모두 불리하다는 분석이다. 단, 전쟁을 빨리 끝낼 출구 또한 분명하지 않다. 이라크전·아프가니스탄전처럼 ‘예상보다 길었던’ 역사가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이유다.

지난 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미국과 이스라의 미사일 공습 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AFP)
이데일리는 5일 백승훈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원과 김덕일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중동·이슬람센터 정치·경제연구실장을 인터뷰했다. 백 연구원은 영국 더럼대에서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중동 안보 전문가로, 현재 국립외교원 협력교수와 국가정보원 중동 자문위원을 겸하고 있다. 김 실장은 서울대 국제대학원 국제학 석사를 거쳐 대한민국 정부 국비유학생으로 선발돼 튀르키예 보아지치대에서 정치외교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중동 정치경제 전문가다.

◇“장기전은 의지가 아닌 능력의 문제”

백승훈 연구원은 이번 전쟁을 “의지가 아닌 능력(capability)의 싸움”으로 규정했다. 그는 “미국도 이란도 장기전을 감당할 실제 능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경우 공격 무기는 충분하지만 방어용 요격탄 재고가 문제다. 패트리어트 미사일 등 요격탄은 생산 속도가 느린데, 지난해 6월 이란 핵시설 타격 당시에도 이미 보유고의 25%가 소진됐다. 백 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걸프 지역 우방국들의 요격탄 재고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김덕일 실장은 “4주가 고비”라며 재고 소진 속도를 핵심 변수로 꼽았다. 김 실장은 “이란이 자랑하는 탄도미사일과 드론으로 얼마나 지속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을지, 결국 재고에 달려 있다”고 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측은 탄도미사일 6000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전쟁이 지속될수록 이 전력이 소진되면서 협상력도 함께 줄어들 수밖에 없다.

김 실장은 “장기전으로 가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내 여론에 발목이 잡히고, 이란은 이미 파탄 난 경제 상황에서 전쟁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4주 안팎이 지나면 양측 모두 부담이 임계점에 달하면서 휴전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백승훈(왼쪽)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원과 김덕일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중동·이슬람센터 정치·경제연구실장 (사진=본인 제공)
◇지상군 투입, ‘탄핵’까지 감수해야 하는 카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상군은 없다고 말하는 다른 대통령들과 달리, 나는 필요하면 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상군 투입의 현실적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봤다.

백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의회 승인 없이 전쟁을 개시했다. 여기에 지상군까지 파견했다가 수십 명의 사망자가 나온다면 탄핵도 가능한 사안”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거론되는 특수부대 투입도 2003년 이라크와 같은 장기 주둔 목적이 아닌 제한적 특수 임무 차원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다만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란 내부에서 대규모 시민 봉기가 발생해 체제 전복 가능성이 현실화되는 경우, 또는 이란의 공격으로 미군 사망자가 대규모로 발생하는 경우다. 백 연구원은 “이 두 가지 우발적 상황이 전쟁을 수렁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이한 경로”라고 말했다.

◇“플랜 없는 전쟁”…목표도, 출구 전략도 없다

두 전문가 모두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 부재를 지적했다. 백 연구원은 “2003년 이라크 침공 당시 부시 행정부는 지상군 규모, 정권 교체 방식, 전후 통치 구상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다. 지금 트럼프에게는 그런 플랜이 없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국민이여 일어나라”며 사실상 내란 선동성 발언을 했지만, 정권 교체를 실현할 구체적 수단은 제시하지 않았다.

김 실장은 트럼프의 실제 1차 목표가 완전한 정권 교체가 아니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 현 체제 안에서 자신과 협상 가능한 인물로 지도부를 교체하는 것이 목표였던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에서 마두로를 제거하고 우호적 인물을 앉힌 방식과 유사한 접근이다. 그러나 이번 공습으로 트럼프가 점찍어 두었던 인물들마저 다수 사망하면서 이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고 김 실장은 지적했다.

백 연구원은 이번 전쟁의 실제 목적이 협상력 복원에 있다고 봤다. 그는 “핵 협상이 교착된 상황에서 강경파를 제거하고 이란의 비대칭 전력을 약화시켜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쟁 종료 조건과 관련해서 김 실장은 “우라늄 국내 농축 완전 금지(0%), 탄도미사일 사거리 제한, 대리 무장 조직 지원 중단이 트럼프의 핵심 요구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호르무즈 위협은 확전 신호가 아닌 종전 신호

이란이 중동의 정유 시설과 호르무즈 해협을 위협하는 것을 두고 백 연구원은 “이란의 에너지 인프라 공격 위협은 미국이나 이스라엘을 직접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쿠웨이트 등 걸프 산유국들에게 “당신들의 에너지 인프라도 위험하니 트럼프를 설득해 전쟁을 끝내라”는 압박 메시지라는 의미로 해석했다.

백 연구원은 “이란이 확전을 원한다면 이런 방식을 택하지 않는다. 역설적으로 이란 역시 전쟁 종식을 원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길목이다.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가 장기화하면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이어져 미국의 걸프 동맹국들에게 전쟁 종식을 압박하는 외교적 수단이 될 수 있다.

지난 2023년 12월 10일 촬영된 호르무즈 해협 전경.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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