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WP 홈페이지 캡처, 플래닛 랩스 인용)
WP는 선박 위치 추적 자료, 위성사진, 미 재무부 기록 등을 토대로 자체 분석한 결과, 중국 남동부 주하이의 가오란항에 정박해 있던 이란해운공사(IRISL) 소속 선박 ‘샤브디스’(Shabdis)호와 ‘바르진’(Barzin)호가 이란을 향해 출항했다고 전했다.
선박자동식별(AIS) 자료에 따르면 두 선박은 현재 남중국해를 항해 중이며, 바르진호는 말레이시아 인근 해상에 정박해 있다. 바르진호의 목적지는 이란 반다르아바스항으로, 오는 15일경 도착할 예정이다. 샤브디스호는 16일 차바하르항 도착이 예상된다. 호르무즈 해협에 위치한 두 항만 모두 이란 해군의 주요 기지가 있는 곳이다. 다만 반다르아바스의 경우 최근 위성사진에서 미국·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는 모습이 포착됐다.
해양 정보 분석 업체 폴스타 디펜스에 따르면 입항 당시 위성사진과 비교해 선박들의 선체가 수면 아래 더욱 깊숙히 잠긴 것이 뚜렷하게 확인됐다. 화물이 가득 싣고 있음을 시사한다. 두 선박은 컨테이너 6500개와 1만 4500개를 각각 적재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가오란항이 고체 로켓연료의 핵심 원료인 과염소산나트륨을 비롯한 화학물질을 싣는 주요 거점이며, 이란은 미사일 프로그램 유지를 위해 이들 화학물질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전직 미 재무부 이란제재 담당관이자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고문인 미아드 말레키는 “가오란항은 중국 남부 최대 액상화학물 저장 터미널을 보유한 항구”라며 “해당 항만의 대(對)이란 과염소산나트륨 수출 전례, IRISL의 역할, 두 선박의 이동을 고려할 때 운반물은 과염소산나트륨일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WP는 과염소산나트륨은 탄도미사일용 추진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필요한 과염소산암모늄을 제조하는 원료이며, 두 물질 모두 고체추진제 생산에 사용된다고 부연했다. 특히 과염소산나트륨은 로켓 추진제나 폭죽 외에는 민간 용도가 거의 없는 화학물질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국영 해운사인 IRISL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물자를 공급한 혐의로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의 제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곳이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지난해 중국산 과염소산나트륨과 디옥틸세바케이트가 이란으로 흘러드는 것을 막기 위해 IRISL을 제재했다.
◇전쟁중 이례적 허용…“이란 지원 의지, 의도적 결정”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교전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중국이 무기와 관련된 물질을 실은 선박 출항을 허용한 것은 매우 이례적 조치라는 평가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아이작 카돈 연구원 역시 “두 선박에 실린 화물은 과염소산나트륨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난 1년간 같은 물질을 반복적으로 운송해온 전례를 감안하면 동일 화학물 운송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중국은 선박 억류, 행정 지연, 세관 보류 등과 같은 여러 관료적 수단을 동원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는 공개적으로는 전쟁 자제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내놓고도 의도적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의 그랜트 럼리 선임연구원도 “중국이 지금과 같은 시점에 과염소산나트륨을 실은 선박의 출항을 허용했다면 이는 기존 중동 정책의 균형에서 벗어난 행보”라며 “미사일과 드론이 걸프 지역으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조치는 걸프 국가들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위험이 있는 대담한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이란을 지원하겠다는 속내가 담긴 정치적 선택이란 의미다. 미국은 오랫동안 중국이 이란에 미사일 관련 기술과 물질을 제공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중국은 “직접적 지원은 없다”며 이 같은 의혹을 부인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과는 달리 올해 들어서만 총 12척의 IRISL 소속 선박들이 중국 가오란항을 방문했다. 미군이 이란 인근 해역에 전력을 증강하고,2차 핵협상이 성과 없이 종료된 지난달 중순에는 IRISL 선박들이 거의 매일 항만을 오가며 물자를 실어 나른 것으로 위성 분석 및 첩보 보고 등을 통해 확인됐다. 현재도 최소 2척의 IRISL 선박이 다시 가오란항으로 향하고 있다.
최근 미국·이스라엘 공습 이후엔 일부 선박들이 예정 항로를 변경했다. 반다르아바스로 향하던 ‘하무나·아비안·아르진’호 3척은 목적지를 공해상(high seas)으로 바꿨고, ‘바슈트’호는 반다르아바스에서 13마일(약 21㎞) 떨어진 인근 해상에서 지난 6일을 마지막으로 AIS 신호 송출을 중단했다.
카돈 연구원은 “미국·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의 미사일 연료 저장고와 지하 탄약고가 대거 파괴됐다. 이란 입장에서 미사일 원료 조달은 이제 절박한 수준을 넘어 생존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