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중국 양회는 12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식을 끝으로 약 일주일간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전인대는 정부 업무보고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4.5~5%로 낮춰 잡으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4%대 경제성장률은 199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금까지 유지했던 5%의 성장세를 포기한 건 중국 지도부도 그만큼 안팎 경제 상황이 불확실함을 인정한 것이다.
성장 둔화를 선언한 중국으로선 이를 만회하기 위한 강력한 정책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한·중간 경쟁은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경쟁 속에서도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재헌 주중 한국대사는 최근 양회와 관련 “중국이 불확실한 정세에서 고품질 발전을 지속 추진하면서 우리나라 제조업과 더 치열한 경쟁을 예상한다”며 “반도체·배터리는 물론 신산업 분야인 디지털·바이오·신에너지·로봇·서비스업 등 분야에서 한·중 기업 간 새로운 협력 기회를 찾을 것으로 보여 구체적인 진출 전략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중은 지난 1월 정상회담을 계기로 과학기술 혁신, 디지털 등 분야에서 대규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중 관계가 개선을 모색하는 가운데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경제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산업 공급망이 맞물린 양국은 핵심 광물, 반도체, 미래 모빌리티 등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공조해야 한다”며 “AI, 자율주행, 친환경 등 새 성장동력의 시장을 확대하고 기술 향상을 위해 양국이 협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양회가 중국 경제 최우선 과제로 ‘강력한 내수 시장’ 구축을 선언한 만큼 내수 경제 활성화에 맞춰 진출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중국 정부는 올해 소비 확대를 위해 2500억 위안(약 53조 9000억원) 규모 초장기 특별국채를 발행하고 1000억 위안(약 21조 5000억원) 규모의 특별기금 조성을 추진한다. 주요 인프라 사업엔 8000억 위안(약 172조원)을 투입키로 했다.
중국 내수 경제의 관건인 부동산 시장의 회복 여부도 관심사다. 중국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 철근 등 건축 자재를 공급하는 한국 기업은 물론 소비재 관련 제품의 수요도 회복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은행 북경사무소는 “부동산 시장 침체가 내수 여력을 제한하는 주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주택 규제 완화, 화이트리스트 금융지원 체계 개선 등을 통해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더욱 주력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지난 11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가운데) 국가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양회 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폐막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중국 신문판공실)
양회에서 보고한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 초안은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를 2019년대비 두 배로 늘려 중등 선진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장기 경제 성장을 위해 중국은 신흥·미래 산업을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리창 국무원 총리는 업무보고에서 “지능형 경제의 새로운 형태를 구축해야 한다”며 “AI 플러스(+) 전략 심화·확장, 중점 산업의 AI 활용 상업화·규모화 응용 촉진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중 AI는 업무보고에서 52차례나 언급할 정도로 중요한 분야로 다뤄졌다. 중국은 딥시크와 같은 생성형 AI는 물론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로봇 등 피지컬 AI 분야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과 패권 경쟁을 겪으면서 중국 내에선 반도체 등 과학기술 자립·자강이 필수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 중국이 산업의 디지털·현대화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면 중국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그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은 그간 중국에 중간재를 판매하는 전략으로 성장세를 유지했는데 중국이 기술·부품 자립도를 높여나가면서 이러한 구조에 변화가 오는 것이다. 중국은 양회에서 반도체에 대한 대대적 투자를 예고했는데 이에 따라 중국 수출 ‘효자’인 반도체 수출 타격이 예상된다.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면 제3국에서 경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 투자도 규모가 다르다. 양회에선 올해 과학기술·교육에 약 4264억 위안(약 92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는 중앙정부 지출만 추린 것이다. 중국 기업인 화웨이의 2024년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만 1797억 위안(약 38조 7000억원)으로 올해 한국 R&D 예산(35조 5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