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다카이치 방미 앞두고 트럼프 군함 파견 요청에 ‘고심’

해외

이데일리,

2026년 3월 15일, 오후 04:24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방미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 파견을 요청하자, 일본 정부가 대응을 놓고 고심에 빠졌다.

15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과 NHK는 다카이치 총리가 오는 19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해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가운데, 이 자리에서 관련 요청이 공식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사진=AFP)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한·중·일을 비롯한 5개국을 향해 세계 에너지 수송의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군함 파견을 요청했다.

일본은 이미 비슷한 상황을 겪은 적이 있다. 2019년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공격 사건이 잇따르자 미국은 연합군을 구성해 민간 선박을 호위하려 했다. 당시에도 일본에 참여 요청이 전달됐다.

하지만 당시 아베 신조 정권은 연합에 직접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고려하면서도 전통적으로 우호 관계를 유지해온 이란과의 외교 관계를 동시에 감안한 선택이었다. 대신 일본 정부는 자위대법을 근거로 호위함을 인근 해역에 파견해 정보 수집 임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공식적인 연합 작전에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일본 선박 보호에 대비하는 절충안이었다.

이번에도 일본 정부가 검토할 수 있는 법적 틀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미군 후방 지원을 규정한 안보 관련 법 △자위대법에 따른 해상경비행동 △해적대처법 △별도의 특별법 제정 등 크게 4가지로 나뉜다.

그러나 미국의 군함 요청에 응할 경우 어느 방식도 적용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우선 안보 관련 법을 적용하려면 미군의 군사 행동이 국제법에 부합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번 미국의 이란 공격에 대해 국제법상 평가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일본이 이를 지지하지 않는다면 미군 지원에 참여하기도 어려워진다. 또 집단적 자위권을 적용할 경우 그동안 우호국이었던 이란을 완전히 적으로 간주한다는 의미가 돼, 일본의 외교 전략을 크게 바꾸는 의미를 갖는다.

안보 관련 법에는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행동할 경우 자위대가 참여할 수 있는 ‘국제평화 공동대처 사태’ 규정이 있지만, 유엔 결의가 이뤄진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자위대법에 따른 해상경비행동도 한계가 있다. 국제법상 ‘기국주의’ 원칙에 따라 일본 국적 선박만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적대처법은 다국적 협력 작전에 참여할 수 있는 법적 근거지만 적용 대상이 ‘사적 목적의 해적’으로 제한된다. 국가가 배후로 지목되는 공격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결국 이번 사태에 맞는 새로운 법을 제정하는 방법도 거론되지만 입법 과정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2019년과 달리 현재는 실제 무력 충돌과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상황의 긴박성도 더 크다.

한 외무성 관계자는 NHK에 “일본의 대응은 일본이 정하는 것”이라며 “(파병 여부는) 자체적인 판단이 기본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했다고 해서 바로 함정을 파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방위성 관계자도 “자위대를 파견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공격을 국제법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로서는 어려운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이 아베 정권 때처럼 연합 참여를 거부하고 독자 외교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2019년 이란을 직접 방문해 당시 최고지도자와 회담하는 등 중재 외교를 시도했다.

다만 현재 국제 정세는 당시보다 훨씬 복잡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닛케이신문은 “이란 정세는 당시보다 더 혼란스러워졌고 일본이 외교력을 발휘할 여지는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중국과 북한은 군비를 강화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에도 관세 압박을 가하는 ‘힘의 외교’를 더욱 분명히 하고 있어 일본은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마냥 무시하기만은 어렵다는 견해도 제시된다.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는 이날 후지TV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군함 파견을 요청한 국가에) 중국이 포함된 것이 지금까지와 전혀 다르다”며 “이 점을 잘 논의해 가급적 답변을 미루지 않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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