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석유업계 "호르무즈 열지 않으면 답 없다"...백악관에 경고

해외

이데일리,

2026년 3월 16일, 오전 07:53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미국 주요 석유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에너지 위기가 더 심화될 수 있다”고 트럼프 행정부에 경고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해제하지 않는 한 현재 가용한 정책 수단으로는 유가 상승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사진=로이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엑손모빌, 셰브론, 코노코필립스의 CEO들이 최근 백악관 회의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더그 버검 내무장관과의 면담에서 이 같은 우려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전쟁으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교란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을 지속적으로 키울 것이라는 내용이다.

◇유가, 이틀 새 배럴당 87→99달러

미국 유가는 백악관 회의가 열린 지난 11일 배럴당 87달러에서 13일 99달러로 불과 이틀 사이에 급등했다. 이란의 선박 공격이 좁은 해협 안팎에서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대응책은 유가 진정에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 석유 제재 추가 완화와 역대 최대 규모인 약 4억 배럴의 비상 비축유 방출을 발표했지만 유가 하락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항구 간 원유 이동을 제한하는 법령을 한시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렌 우즈 엑손모빌 CEO는 투기 세력이 가격을 추가로 끌어올릴 경우 유가가 현 수준을 넘어 더 오를 수 있으며, 정제 제품 공급 부족 사태도 빚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이크 워스 셰브론 CEO와 라이언 랜스 코노코필립스 CEO도 혼란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해법은 해협 재개통뿐”…트럼프 행정부 “몇 주 내 목표”

업계의 시각은 단호하다. 현재 검토 중인 정책 수단들이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며, 유일한 해법은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여는 것뿐이라고 많은 석유기업 경영진들은 보고 있다. 세계 하루 석유·LNG 공급량의 5분의 1이 이 해협을 통과한다.

텍사스주 미들랜드의 석유업체 엘리베이션 리소시스의 스티븐 프루엣 CEO는 “세계는 배럴당 120달러짜리 석유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경제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로이터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유가가 계속 오를 것임을 인지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인정했다. 다만 미 국방부가 호르무즈 해협 개방 방안을 보고했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몇 달이 아닌 몇 주 안에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버검 내무장관은 “24시간 에너지 기업들과 협력 중”이라고 밝혔으며, 자국 기업들이 고유가에 대응해 증산을 선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업계 경영진들은 미국 내 증산 규모는 미미할 것이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묶여 있는 하루 900만~1000만 배럴을 대체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못 박았다.

◇베네수엘라 카드도 꺼내…엑손·코노코 복귀 논의

장기 해법 차원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석유 증산 카드도 꺼내 들었다. 버검 장관을 포함한 미 관계자들은 지난 2주 동안 엑손모빌 및 코노코필립스와 베네수엘라 노후 유전 투자 복귀 방안을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엑손모빌은 이달 말 기술팀 파견을 검토 중이다. 미국 주요 석유사 중 유일하게 베네수엘라에서 사업을 이어온 셰브론은 현지 생산이 역대 최고 수준에 달했으며 추가 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미국 측에 전달했다. 엑손모빌과 코노코필립스는 2007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자산 국유화 조치 이후 베네수엘라에서 철수한 바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고유가 우려를 일축하며 “미국이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인 만큼 유가가 오르면 우리도 돈을 많이 번다”고 했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유가가 단기 수익에는 도움이 될 수 있어도 소비 위축→수요 감소→유가 급락→감산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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