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IS "출구 없는 무제한 확전"…이란은 무슨 생각일까

해외

이데일리,

2026년 3월 19일, 오전 12:52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미국의 대표적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이란의 전쟁 전략을 분석한 보고서를 내놨다. 이란이 과거와 달리 ‘무제한 확전’을 선택했으며, 전쟁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CSIS 중동 프로그램 국장 겸 선임 고문인 모나 야쿠비언은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란은 절제된 보복을 피하고 무제한 확전을 택했다”며 “억지력 회복과 역내 새로운 질서 속 입지 확보가 목표”라고 분석했다. 미국 국무부에서 근무하기도 했던 야쿠비언 국장은 중동 분쟁과 지역 안보 문제 전문가로서 레바논·시리아·이란 등 중동 정세 분석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북부 레바논 접경 이스라엘 측 지역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긴장이 고조되고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스라엘 포병 부대가 레바논을 향해 포격을 가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번은 다르다”…12일 전쟁 학습한 이란

이란과 이스라엘은 2024년 4월과 10월 직접 충돌하며 국가 간 공개 전쟁의 선을 처음으로 넘었다. 지난해 6월 ‘12일 전쟁’에서는 미국이 이스라엘 편에 가담했으나, 당시 분쟁은 제한적·맞대응식 확전에 짧은 기간, 예고된 종결이 특징이었다.

야쿠비언은 “이번은 다르다”고 단언했다. 개전 전부터 이란은 12일 전쟁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 공습으로 최고 지도자와 고위 관리 다수가 사망한 실존적 위기에 직면한 이란이 ‘무제한 확전’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개전 24시간 내 9개국 공격…수평적 확전

이란의 확전 전략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전쟁의 지리적 범위를 넓히는 ‘수평적 확전’과 표적·전술·무기의 강도를 높이는 ‘수직적 확전’이다.

수평적 확전은 개전 직후부터 시작됐다. 이란은 개전 24시간도 안 돼 이스라엘, 걸프협력회의(GCC) 5개국, 요르단, 시리아, 이라크 등 9개국을 동시에 공격했다. 지난 5일까지는 레바논에 제2전선을 열고 키프로스·아제르바이잔까지 표적으로 삼아 14개국을 분쟁에 끌어들였다. 이란 탄도미사일 한 발은 터키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방공망을 작동시키기도 했다.

야쿠비언은 “수백 마일에 걸친 이란의 수평적 확전은 전례가 없다”며 “중동 전역에 공포를 심고 사실상 ‘접근 불가 구역’으로 만들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새 최고 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취임 첫 성명에서 “다른 전선을 열겠다”고 위협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에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방공망이 드론을 요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잔해로 푸자이라 석유 산업 지대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로이터)
◇호르무즈 봉쇄·에너지 인프라 타격…수직적 확전

수직적 확전도 빠르게 진행됐다. 이란은 초기부터 미국·이스라엘 시설뿐 아니라 두바이·도하의 주요 공항 등 걸프 민간 인프라를 타격했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의 에너지 인프라로 표적을 확대했고, 지난 2주간 원유 탱커·항구까지 공격 범위를 넓혀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교역량의 5분의 1이 통과하는 핵심 길목이다. 야쿠비언은 “이란이 자국의 경제적 생명줄을 스스로 끊으면서까지 세계 원유 공급을 옥죄려 한다”며 이를 ‘사활을 건 전략’으로 규정했다.

이란은 데이터센터도 타격했으며, 금융 부문과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을 다음 표적으로 위협했다. 때로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도 동원했다. 미국의 담수화 시설 타격 주장에 이란은 다음 날 바레인의 담수화 시설을 공격했다. 지역 주민의 식수 공급에 직결된 담수화 시설을 겨냥한 것이어서 인도주의적 파장이 우려된다.

미국도 수직적 확전에 가담했다. 미군은 이란의 핵심 원유 수출 터미널인 하르그 섬을 폭격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기뢰 부설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헤즈볼라도 지난 2일 이스라엘에 드론·로켓을 발사하며 전선에 뛰어들었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6월 12일 전쟁 때도 이스라엘을 공격하지 않았고, 2024년 11월 레바논 휴전 이후에도 자제 기조를 유지했다. 이번 참전은 뚜렷한 전략 변화다. 이란의 또 다른 대리 세력인 예멘 후티 반군은 아직 참전하지 않았으나, 이란이 이들을 가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가지 시나리오…“출구 없다”

모나 야쿠비언 CSIS 중동 프로그램 국장 겸 선임 고문 (사진=CSISI)
야쿠비언은 개전 3주째에 접어든 전쟁의 향방과 관련해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하면서 향후 전개 가능한 △직선형 확전 △기하급수적 확전 △비대칭 확전 등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직선형 확전은 정체 국면이 간간이 끼어들더라도 점진적 확전이 이어지며 글로벌 시장 교란과 중동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을 뜻한다.

기하급수적 확전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레바논 전쟁 같은 새로운 충돌이나 통제 불능의 파장을 낳는 것을 의미한다. 후티 반군이 참전할 경우 또 다른 요충지인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봉쇄돼 호르무즈 봉쇄와 함께 에너지 공급의 ‘퍼펙트 스톰’이 현실화될 수 있다.

마지막 ‘비대칭 확전’은 미사일 전력이 약화된 이란이 드론으로 혼란을 이어가는 시나리오다. 야쿠비언은 “드론은 이 전쟁의 급조폭발물(IED)”이라며 “이동식 제조 시설에서 저비용으로 대량 생산 가능해 완전 무력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란은 영원한 이웃”…새 중동 질서 속 입지 노려

야쿠비언은 이란의 확전 전략이 역설적으로 새 중동 질서 속에서 이란의 입지를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걸프 국가들은 ‘악몽의 시나리오’를 살고 있지만, 이란은 영원히 그들의 이웃”이라며 “걸프 각국 정부는 이란의 지속적인 역내 존재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란이 걸프의 인프라와 에너지 생산을 타격함으로써 역내 경제 다각화를 위협하고, 걸프가 이란의 이해관계를 고려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공개된 제공 영상의 한 장면으로, 이란 테헤란에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격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 현장 거리에서 사람들이 피해 지역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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