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이란 충돌에 등터지는 걸프국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이란 최대 가스전인 사우스 파르스와 이와 직결된 이란 남서부 해안 아살루예의 천연가스 정제시설 단지가 이스라엘의 미사일 폭격을 받았다.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 일부 광구가 화재로 가동이 중단됐고, 가스 저장 탱크와 정유시설 일부도 타격을 입었다.
이란은 “직접적이고 정당한 공격 대상”이라면서 걸프국의 석유·가스 시설 보복 공격을 예고했다. 여기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샘레프 정유소와 주바일 석유화학 단지, 아랍에미리트(UAE)의 샤 가스전, 카타르의 메사이드 석유화학 단지와 메사이드 홀딩 컴퍼니, 라스라판 정유소 등이 포함됐다. 이란은 몇 시간 내 공격이 이뤄질 수 있다며 즉시 해당 시설에 대한 대피를 경고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위치한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 시설.(사진=AFP)
◇ 호르무즈 해협에 핵심 인프라까지 피해
3주째 이어진 이번 전쟁에서 이미 여러 에너지 시설이 공격을 받았지만 핵심 생산 인프라가 직접적인 공격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전쟁이 전 세계 에너지 공급 위기를 더욱 악화시키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미 이번 전쟁으로 전세계 에너지 공급의 약 20%를 책임지는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봉쇄됐으며, 이를 계기로 석유와 가스 시설을 겨냥한 보복 공격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이 이란의 사우스 파르스를 타격한 것은 이란 정권을 수호하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주요 수입원을 차단시키는 목적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은 걸프 해역을 사이에 두고 이란과 카타르와 공유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스전으로, 이란 가스 생산의 약 70% 이상 생산되는 이란 에너지 산업의 심장으로 통한다.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의 지난해 하루 가스 생산량은 약 7억3000만 입방미터(㎥)로, 이는 유럽연합(EU)의 평균 일일 수요에 거의 근접하는 수준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가스는 주로 이란 국내 전력 생산과 비료 생산 등 산업에 사용된다.
이란이 타격한 라스라판은 카타르 수도 도하 북쪽 약 70㎞ 떨어진 위치한 산업도시로 각종 에너지 시설이 직접돼 있다. 특히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LNG 생산 기지로, 전 세계 LNG 공급의 약 20%를 차지한다. 카타르는 이번 공격이 위험한 확전이자 자국 안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비난하고 자국 주재 이란 외교관들에 대한 추방을 명령했다.
18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도버에서 이달 12일 이라크에서 공중급유기 추락 사고로 숨진 미군 승무원 6명의 유해 운구 행사에 참석한 후 도버 공군기지에서 에어포스원(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
이 여파로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섰고,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도 100달러에 육박했다. 아시아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11% 넘게 올랐다. 이는 걸프 지역의 에너지 인프라 공격을 계속할 경우 이미 세계적인 공급난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위험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정보업체 아거스 미디어의 유럽 LNG 가격 책임자 마틴 시니어는 이러한 공격이 이루어질 경우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넘어서는 새로운 수준의 에너지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시설 복구에 걸리는 시간이 전쟁보다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JP모건은 이번 주 말까지 석유 및 석유제품 공급 차질이 하루 약 120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전 세계 하루 수요의 10%를 넘는 수준이다. 나타샤 카네바 JP모건 분석가는 “현재 세계 공급이 하루 약 700만 배럴 부족한 상황에서 시장이 균형을 되찾는 유일한 방법은 소비가 그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감소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그는 “미국은 이번 사우스 파르스 공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며 “불행하게도 이란은 이 사실이나 관련 정보를 알지 못한 채 부당하게 카타르 LNG 가스 시설 일부를 공격했다”고 이례적인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이스라엘은 더 이상 공격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란 또한 카타르 LNG 시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도록 촉구했다.
앞서 WSJ와 악시오스는 이스라엘이 미국과의 사전 조율을 통해 이란 사우스 파르스를 공격했다고 보도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부인하면서 중동 에너지 생산 시설을 이번 전쟁에는 포함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긴장 완화를 모색하고 있다”며 “양측의 주요 가스전 타격이 세계 시장을 뒤흔들자 직접 긴장 완화를 위한 압박에 나선 것”이라고 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