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시설 공격에 에너지값 '쑥'…석화 등 산업계 비명

해외

이데일리,

2026년 3월 19일, 오후 06:39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성주원 기자] 이스라엘이 18일(현지시간) 이란 최대 가스전인 사우스파르스와 연결된 아살루예 가스 처리·석유화학 단지를 공습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에너지 생산시설을 공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란도 즉각 보복 공격에 나섰다. 이란은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허브인 카타르 북부 라스라판 산업단지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카타르는 이란의 공격을 “국가 안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규정하고 이란 외교관에 대해 추방 명령을 내렸다. 이란전이 중동전으로 확산하며 세계 경제가 잿빛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국내 기업도 유가 급등, 해상보험 중단, 불가항력 선언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했다. 단기 충격을 넘어 구조적 공급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란의 페르시아만 연안에 있는 사우스 파르스 천연가스 정유소 (사진=AP·뉴시스)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꽁꽁 묶인 상황에서 중동 에너지 시설마저 공격을 받자 브렌트유는 하루 만에 6% 급등해 장중 110달러를 재돌파했고 WTI도 100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확전 양상으로 급변하면서 글로벌 경제에 ‘S(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의 공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원유와 LNG 시설을 직접 타격함으로써 에너지 가격에 충격을 줘 세계 경제가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압력을 동시에 겪을 수밖에 없다.

MST파이낸셜의 사울 카보닉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에 “하루 수백만 배럴 생산이 사라지면 전쟁이 끝난 뒤에도 재고를 보충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더 큰 충격”이라며 “특히 LNG 시설이 타격을 받으면 복구에 수년이 걸릴 수 있어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지도 “지난 2003년 이라크 전쟁 후 당시 미국 부시 행정부는 석유 수입으로 재건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고 봤지만 약 20억 달러를 투입했음에도 생산량을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2년 이상이 걸렸다”고 보도했다. 이근욱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해협 봉쇄가 1~2주 안에 끝날 것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며 “변수가 많아 정확한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지만 최소 4주는 지속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국내 석유화학업계에서는 불가항력 선언이 도미노처럼 이어지고 있다. 여천NCC(한화솔루션·DL케미칼 공동투자)가 중동산 나프타 수급이 막히자 지난 4일 국내 첫 불가항력을 선언하고 생산설비를 최소 가동으로 낮췄다. 이후 한화솔루션(009830), 롯데케미칼(011170), LG화학(051910)도 잇따라 고객사에 불가항력 가능성을 통보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나프타 재고가 2주 분량 수준에 불과해 봉쇄가 장기화하면 불가항력 선언이 더욱 확산할 수 있다.

해상보험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중동 지역 해상보험사가 전쟁위험 커버리지를 잇따라 중단·취소하면서 개전 첫 주부터 보험료가 50% 이상 급등했다. 신동찬 법무법인 율촌 국제제재팀장(변호사)은 “보험 가입이 불가능해지면 운항 자체가 금융계약이나 운송계약상 채무불이행 상태가 된다”며 “보험증권 조건을 지금 당장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급 충격은 정유·석화업계를 넘어 산업 전반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헬륨·알루미늄·화학비료 등 중동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반도체·식품업계까지 여파가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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