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대형은행 자본규제 완화 추진…“2008년 이후 최대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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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3월 20일, 오전 02:47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금융당국이 대형 은행들의 자본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규제를 재조정하는 것으로, 대출 확대와 자사주 매입 증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셸 보먼 이사가 지난해 10월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금융협회(IIF) 연례회의 대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김상윤 특파원)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19일(현지시간) 월가 주요 은행들의 자본 요건을 낮추는 내용의 규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이번 방안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통화감독청(OCC)과 공동으로 마련됐으며, 90일간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연준은 이번 개편으로 대형 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CET1) 기준 자본 요건이 약 4.8%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은행이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핵심 자본을 위험가중자산 대비 비율로 나타낸 건전성 지표다.

자산 1000억~7500억달러 규모 중형 은행은 5.2%, 1000억달러 미만 중소형 은행은 최대 7.8%까지 자본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이번 조치는 바젤Ⅲ 도입 방식 조정과 스트레스 테스트 개편, 레버리지 규제 완화, 글로벌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G-SIB) 추가 자본 규제 조정 등을 포괄한다.

보완적 레버리지비율(eSLR)은 총자산 대비 자본 비율을 따지는 단순 규제로, 은행의 과도한 레버리지를 억제하는 장치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위기 상황에서 은행의 손실 흡수 능력을 점검하는 제도이며, G-SIB 규제는 초대형 은행에 추가 자본을 요구하는 장치다. 시장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은행 규제 변화 중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이번 개편에는 주택담보대출 관련 자본 규제를 일부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은행들의 대출 확대를 유도하고, 사모신용(private credit) 시장에 빼앗긴 점유율을 되찾으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로 은행들의 자본 여력이 확대되면서 자사주 매입과 배당이 늘고, 인수·합병(M&A) 등 업계 재편도 촉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월가에서는 “은행들이 확보한 자본을 최대한 대출로 전환하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정책은 2023년 제시됐던 ‘바젤Ⅲ 엔드게임’ 규제안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당시에는 대형 은행 자본 요건을 최대 19%까지 늘리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업계의 강한 반발로 무산됐다. 이번 개편안은 그와 정반대로 자본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선회했다는 점에서, 월가 로비의 영향과 정책 기조 변화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융위기 이후 거의 20년이 지나면서 일부 규제는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하게 됐다”며 규제 재검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셸 보먼 연준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도 “새 체제에서도 자본 체계는 충분히 견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연준 내부에서는 반대 의견도 제기됐다. 전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인 마이클 바 연준 이사는 “불필요하고 현명하지 못한 조치”라며 “은행과 금융 시스템의 회복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바 이사는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자본 규제를 설계·지지해온 대표적 규제 강화파로,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 속에서 금융감독 수장 자리에서는 물러난 상태다.

이번 규제 완화로 미국 은행들의 총 자본 요구 규모는 약 2조달러에서 1170억달러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 규제 경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유럽과 영국은 미국의 정책 방향을 지켜보며 바젤 규제 도입을 일부 연기한 상태로, 향후 규제 완화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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