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은 2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개시 결정은 일부 외부 동맹들의 압박에 의해 촉발된 것이지만, 그와 가장 가까운 참모들조차 잘못된 발상이라고 직언한 이는 거의 없었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전 개시 결정은 집권 2기 가장 중대한 선택지 중 하나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공개적으로 이란 공격을 압박한 인물들 중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언론 재벌인 루퍼스 머독, 일부 보수 논객들이 포함된다. 특히 뉴스코퍼레이션 창업자인 머독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맞붙도록 압박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다.
반면 J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등은 무력충돌 가능성에 강하게 반대하지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도 않았다. 와일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손에 쥐고 있는 선택지가 무엇인지 충분히 이해시키는 데 집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두는 그의 전략은 신뢰와 자리 보전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1기 때엔 직무대행을 포함해 4명의 비서실장을 거쳤으나, 이번 2기에선 와일스가 유일한 비서실장이다.
밴스 부통령은 이란 공습 직전 여러 차례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 전쟁이 실제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질문을 던지는 수준에 그쳤다. 그는 지난 16일엔 “미군을 지지하며 이란이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대통령의 입장에 동의한다”며 “이전 대통령들과 달리 이번 분쟁을 성공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1기 참모진들과 대비된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에 주둔 중인 미군 철수를 급작스럽게 지시했을 때 다음 날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이 사임했고, 존 켈리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은 격렬한 설전 끝에 한반도 미군 전면 철수 계획을 막았다.
블룸버그는 “이번엔 전쟁 결정 자체를 공개적으로 반대한 인물은 없었다”며 이는 트럼프 집권 1기 때 ‘견제형’ 안보팀이었던 것과 달리 2기에선 ‘충성·순응’ 구조로 재편됐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유권자들 사이에서 “미국의 결정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 개인이 전쟁을 일으킨 것”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배경이다.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다른 목소리를 낸 인사는 조 켄트 전 국가대테러센터(NCTC) 센터장이 유일하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에 “다음 세대를 미국 국민에게 아무 이득도 주지 않는 전쟁에 보내 싸우고 죽게 할 수 없다”며 사임을 표했다.
이에 대해 밴스 부통령은 “의견이 다른 것은 괜찮다. 하지만 일단 대통령이 결정을 내리면, 그 결정을 최대한 성공적으로 만드는 것이 행정부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의 역할”이라며 옳은 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견제형’ 참모 전무…트럼프 스스로 “더 많은 권력 보유중”
미 정부는 4주째에 접어든 이번 전쟁으로 대내외적 위기에 내몰렸다. 동맹국들과의 관계가 흔들리고, 전 세계 에너지 비용을 끌어올렸다는 비판에 휩싸였으며,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전망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혀 물러서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전쟁을 언제 끝낼지에 대한 결정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반복하고 있다. 아울러 전쟁에 따른 단기적 고통은 감내할 가치가 있다며, 전쟁이 끝나면 휘발유 가격은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블룸버그는 “대통령이 자신의 직관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권한을 얼마나 크게 쥐게 됐는지, 그리고 그가 해외에서의 전쟁 종식을 포함한 핵심 공약들을 뒤집더라도 참모진으로부터 얼마나 적은 제약을 받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법원에서 뒤집힌 관세 정책에 이어 측근들의 유보적 시각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중대 결정을 밀어붙인 또다른 사례”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집권 1기 때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뒤 대표적인 비판론자로 돌아선 존 볼턴은 “그가 2기 참모들에게 원한 건 ‘이런 점, 저런 점, 또는 다른 점은 생각해 보셨는가’라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무엇에도 ‘예, 알겠습니다’(Yes Sir)라고 말해줄 준비가 된 인물들이었다”고 힐난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참모들의 충성을 자주 치하하며, 자신과 여러 차례 충돌했던 1기 내각과 대조해 왔다. 그는 지난 20일 “나는 2기에서 훨씬 더 많은 권력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실에 있는 모든 사람의 솔직한 의견을 듣기를 원한다. 실제로 대통령과의 회의에 참석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가 직함이나 전문성과 관계없이 모든 참모에게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자주 묻는다는 사실을 말해줄 것이다. 그는 솔직한 피드백을 기대한다”고 반박했다.
토미 피곳 국무부 대변인도 “어떤 분열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를 더 안전하게 만들고 있으며, 행정부 전체가 그 노력을 한마음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에너지·생활비 부담↑…공화당엔 중간선거 최대 악재
한편 공화당 의원들 상당수는 이번 전쟁이 중간선거 결과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경제와 생활비에 대한 유권자 인식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 1기에서 근무했던 공화당 전략가 마크 쇼트는 “에너지 비용이 가까운 시일 내에 내려갈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며 “서민 가계에는 상당한 물가 압력이 가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백악관과 자주 연락하는 한 공화당원도 “많은 참모들이 전쟁이나 에너지 가격 급등, 그리고 그것이 공화당의 경제 메시지에 끼칠 타격에 대해 별다른 위기감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