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발발 이후 브렌트유 가격은 55% 급등했다.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다시피 한 데 따른 결과다. 중남미 각국 정부는 이 충격을 국내 에너지·재정 정책의 전면 재편으로 흡수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2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AFP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지난 21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휘발유 보조금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며 “국제 가격이 오르면 콜롬비아 가격도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중남미 주요국 정상 중 가장 먼저 보조금 폐지를 선언한 것이다.
페트로 대통령은 국영 석유회사 에코페트롤의 수익을 콜롬비아산 비료 보조금 재원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연료 가격 지원에서 농업 지원으로 재정 무게 중심을 옮기는 전략적 전환이다. 경유 보조금은 화물 운송에 한해서만 유지하기로 했다.
◇칠레·도미니카공화국도 가격 현실화 동참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칠레 대통령은 현지 일간 라 테르세라와의 인터뷰에서 “유가가 두 배로 오른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을 유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연료 가격 안정화 메커니즘인 MEPCO를 행정 권한으로 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포퓰리즘적 해법’을 거부하고, 기존 재정 위기가 전쟁으로 악화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책임의 문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루이스 아비나데르 도미니카공화국 대통령도 22일 웹캐스트 연설에서 공공 재정 보호를 위한 연료 가격의 ‘책임 있는’ 조정을 발표했다. 그는 “유가 급등이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재정 부담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다만 10억 페소(약 252억원) 규모의 비료 보조금과 100억 페소 규모의 사회 프로그램을 유지해 취약 계층을 지원할 방침이다. 아비나데르 대통령은 기업들에 재택근무 도입을 촉구하고, 국민들도 전기·식품 가격 상승 등 ‘불가피한 희생’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책 변화에 대해 아비나데르 대통령은 “이는 국내 경제 취약성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대규모 외부 충격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남미 정상들은 보조금 폐지와 가격 인상이 ‘내부 실패’가 아닌 전쟁이라는 외생 변수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강조하는 공통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움직임이 이념적 스펙트럼을 막론하고 중남미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며 “이란 전쟁이 중남미 에너지 보조금 시대의 종말을 앞당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