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국, 참전 검토…이란 호르무즈 장기 통제 우려 고조"

해외

이데일리,

2026년 3월 24일, 오후 01:33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미국의 중동 동맹국인 걸프 국가들이 참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국가를 겨냥한 이란의 공격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데다, 이란이 장기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할 가능성이 커지자 강경한 태도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의 에너지 시설 방향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사진=AFP)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걸프 국가들이 미국의 공습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이란의 자금줄을 겨냥한 새로운 압박 수단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아직까지는 군사 작전에 직접 참여하는 단계까지 나아가진 않았지만, 역내 이란의 영향력을 억제해야 한다는 압박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아라비아반도 서부에 위치한 킹파드 공군기지를 미군이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사우디는 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자국 시설과 영공을 이란 공격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혀왔지만, 이후 이란이 주요 에너지 시설과 수도 리야드에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퍼부으면서 입장을 바꿨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현재 이란에 대한 ‘억지력 회복’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으며, 공격 참여 결정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WSJ에 “사우디의 참전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이란의 공격에 대한 사우디의 인내는 무한하지 않다”며 “걸프 국가들이 대응할 수 없다고 믿는 것은 오판”이라고 경고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란 관련 자산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며 이란 정권의 핵심 자금줄을 조이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UAE는 최근 두바이 내 이란 병원과 이란 클럽을 폐쇄했다. UAE 정부는 “이란 정권 및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직접 연결된 일부 기관이 UAE 법을 위반하고 이란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활동에 악용된 것으로 확인돼 폐쇄 조치됐다”고 설명했다.

오랜 기간 이란 기업과 개인의 금융 허브 역할을 해온 UAE는 전쟁 초반 공격을 받은 이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이란 자산을 동결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인플레이션과 제재로 이미 압박을 받고 있는 이란 경제에 추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WSJ는 UAE가 이란의 군사력이 일부라도 유지되는 형태의 휴전에는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군사 작전 참여 여부를 놓고 내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걸프 국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란이 전후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손에 쥐는 것이다. 이미 이란은 선박 공격을 통해 해협을 부분적으로 통제하고 있으며, 선택적으로 통과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또 최근 전후 해협 운영에 관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이집트 수에즈 운하처럼 통행료 부과 가능성도 주변국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의 공격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카타르 라스라판 에너지 허브를 비롯해 사우디 홍해 연안, 쿠웨이트, UAE 시설까지 타격이 이어졌다. UAE는 지금까지 2000건 이상의 공격을 방어한 것으로 전해졌다.

막대한 투자를 통해 구축한 동맹 관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결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대한 불만도 크다. 최근 걸프국가를 향한 이란의 공격은 이스라엘이 이란 최대 가스전인 사우스파르스를 타격한 데 대한 보복이었다. 걸프국가들은 이란 보복 공격에 대한 우려를 미국에 전달했지만, 결과적으로 미국이 이스라엘의 사전 통보를 받고도 공격을 허용했다고 보고 있다.

워싱턴 중동연구소의 그레고리 가우스는 “강대국과의 동맹에서 약소국이 항상 겪는 구조적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WSJ는 “결국 걸프 국가들은 군사 행동에 나설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면서 “다만 참전 시 이란과 정면 충돌하는 교전 당사자가 되는데, 미국이 갑작스럽게 전쟁을 종료할 경우 이란과의 긴장된 관계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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