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3일(현지시간) 뉴욕시 맨해튼의 한 식료품점에서 시민들이 과일을 고르고 있다. (사진=AFP)
◇인도 영화 개봉 연기, 이탈리아 포도밭도 직격
인도에서는 60억 루피(약 960억원) 규모의 기대작 ‘톡식: 어른을 위한 동화’가 개봉을 3월에서 6월로 미뤘다. 걸프 지역은 남아시아 디아스포라가 밀집한 인도 영화의 핵심 시장인데, 이 전쟁의 여파로 관객을 놓칠 것을 우려한 결정이다. 영화업계 분석가들은 걸프 지역 박스오피스 수익이 20~25%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랍에미리트(UAE)·걸프협력회의(GCC) 시장의 합산 손실은 약 1500만 달러(약 22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 영화 ‘톡식: 어른을 위한 동화’가 중동 지역의 불확실한 상황 등으로 인해 당초 3월 19일 예정했던 개봉 일정을 오는 6월 4일로 연기했다는 안내문 (사진=SNS)
파키스탄에서는 연료 절약을 위해 주요 크리켓 대회 팬들에게 경기장 방문 대신 TV 시청을 권고했다.
◇미국 세금 환급 효과 ‘증발’ 우려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소비 부양책으로 내세운 세금 환급 확대 효과가 유가 급등으로 상쇄될 위기에 처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애나 웡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올해 대부분 배럴당 83달러 이상을 유지할 경우 세금 환급으로 얻는 평균 가계 이익이 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씨티그룹 기셀라 영 이코노미스트는 연료비가 20% 오르면 미국인들이 한 달에 약 60억 달러(약 9조원)를 추가로 주유비로 지출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세금 환급 총액은 지난해보다 약 200억 달러(약 30조원) 많은 수준인데, 휘발유 가격이 3~4개월간 높게 유지되면 이 여유분이 빠르게 소진된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2기 첫해에 120억 달러(약 18조원)의 정부 보조금을 받은 미국 농가도 파종 시즌을 앞두고 비료·연료비 급등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 농업연맹 회장 지피 두발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는 우리의 식량 안보와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인 동시에 미국 경제 전반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탈리아 칼라브리아 지방의 한 포도 농장 모습 (사진=이탈리아 상공회의소(Wine and Travel Italy))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수 주간 지속된다면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에 근접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분석했다. 이 경우 영국과 유로존의 국내총생산(GDP)은 각각 약 0.5%포인트 감소하고 인플레이션은 1%포인트 오를 전망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이 전쟁 전 경로보다 약 0.7%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전쟁이 3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유가는 배럴당 170달러에 근접할 수 있으며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제적 피해가 거의 2배로 커진다는 분석도 나왔다.
인도는 원유의 약 90%, 액화석유가스(LPG)의 절반가량을 수입한다. 이 중 원유의 절반과 LPG 수입의 7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전쟁 여파로 공장, 식당, 배달 서비스 등 전방위에서 가스 부족이 체감되고 있다. 남부 도시 푸네에서는 화장(火葬)에 LPG 사용을 일시 중단하기까지 했다.
세계무역기구(WTO)도 지난주 에너지 가격이 장기간 높게 유지될 경우 올해 세계 상품 무역량이 1.9% 증가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버트 스테이거 WTO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동은 교통 허브이자 관광 허브로 이 서비스들은 세계 경제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각국 중앙은행 금리 인상 압박…“가계 이중고”
각국 중앙은행은 잇따라 매파적 신호를 내보내고 있다. 영란은행(BOE)은 인플레이션 급등에 “언제든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다음 달 금리 인상에 베팅하는 흐름이 강해졌다. 올해 유럽중앙은행(ECB)의 0.25%포인트 금리 인상이 3차례 가까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시장에 반영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압박해온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올해 금리 인하 기대감은 사실상 사라졌다.
호주중앙은행(RBA)은 지난 17일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2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금리를 올렸다. 미셸 불록 RBA 총재는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휘발유와 연료 가격 상승이 공급망에 스며든다”며 “인플레이션이 경제 구조에 자리 잡으면 모든 비용이 올라가고 훨씬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전략가 마이클 하트넷은 “시장은 출구를, 시장은 휴전을 찾고 있다”며 “유가가 높은 상황에서 연준이 긴축된 금융 여건에 대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에 대한 최후통첩 시한을 5일 연장하며 출구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이 소식에 브렌트유 가격이 급락하고 미국 주식·국채 가격이 반등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