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공식적으로는 협상을 부인하면서도 비공식 채널을 통한 접촉은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은 협상 메시지를 내면서도 병력 증파와 군사 압박을 병행하고 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사진=AFP)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고위 관리는 “미국 제안에 대한 초기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았지만 여전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파키스탄을 통해 전달된 15개 항 제안에 대해 내부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공식 입장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미국의 제안에는 고농축 우라늄 비축 제거, 핵농축 중단,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제한, 역내 동맹세력 지원 중단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이 성사될 경우 중동 전쟁을 종식시키는 포괄적 합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기대도 반영되고 있다.
다만 이란 내부 기류는 단일하지 않다. 일부 외교 채널에서는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움직임이 감지되지만, 군부를 중심으로는 강경한 반대 입장이 뚜렷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 정권 내부에서 군부 영향력이 강화되며 외교보다 군사적 대응이 우선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향후 협상 타결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FT에 따르면 이란 군 지휘부는 “우리는 당신들과 같은 존재와는 결코 타협하지 않는다”며 미국과의 합의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일축했다. 또 “패배를 합의로 포장하지 말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FT는 이 같은 반응이 미국과의 협상에 대한 깊은 불신과 함께, 이란이 현재 전쟁에서 전략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내부 인식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란 측은 전쟁 종료 조건으로 △전면적 교전 중단 △재공격 금지 보장 △전쟁 피해 보상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주권 인정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외교 소식통들은 미국의 15개 항 제안이 “최대치 요구(maximalist)” 성격을 띠고 있어 협상 타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다만 양측 모두 출구전략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어 일정 수준의 협상 여지는 남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시장에서는 협상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일부 반영되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전쟁 장기화로 공급 불안이 커졌던 국제유가는 하락했고, 글로벌 증시는 반등세를 보였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2.03달러(2.20%) 하락한 배럴당 90.32달러에 마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언급하며 낙관적 메시지를 반복한 것도 시장 심리를 자극했다. 다만 이란이 이를 부인하고 있는 데다 군사 충돌이 계속되고 있어 변동성은 여전히 높은 상태다.
이스라엘 역시 미국의 제안 내용을 공유받았지만, 이란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동시에 미국이 협상 과정에서 양보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사진=AFP)
미국은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동시에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외교와 군사 대응이 동시에 진행되는 ‘이중 트랙’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백악관은 15항 제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이란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군사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이 군사적으로 패배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더 강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국방부는 중동 지역에 대한 군사 배치를 확대하고 있다. 이미 해병대 병력이 이동 중인 가운데, 약 3000명 규모의 공수부대를 추가로 투입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상군 투입까지 고려한 군사 옵션 확대로 해석된다.
이란 역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자국 영토가 공격받을 경우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새로운 전선을 열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미국 작전에 협력하는 주변국을 공격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