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 없다” vs “검토 중”…뉴욕증시, 협상 타결 가능성에 무게[월스트리트in]

해외

이데일리,

2026년 3월 26일, 오전 05:28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종식 협상을 둘러싼 기대가 확산되면서 뉴욕증시가 반등했다. 그러나 협상 진전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군사적 긴장이 동시에 이어지면서 금융시장은 여전히 ‘낙관과 불안’이 교차하는 국면에 놓여 있다. 시장은 일단 ‘종전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지만, 그 전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변동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AFP)
2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0.54% 오른 6591.90으로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는 0.77% 뛴 2만1929.83을,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도 0.66% 오른 4만6429.49를 기록했다.

◇이란 “부정적이지만 검토 중”…군부는 “타협 없다”

미국이 이란에 전달한 ‘15개 항 전쟁 종식안’과 협상 진전 기대가 투심을 자극했다. 다만 실제 협상은 순탄치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의 제안에 대해 초기 반응은 부정적이었지만 공식적으로 거부하지는 않은 채 내부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파키스탄을 통해 전달된 15개 항 제안에 대해 논의가 진행 중이며, 최종 입장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미국 제안에는 △고농축 우라늄 비축 제거 △핵농축 중단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제한 △역내 동맹세력 지원 중단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이 타결될 경우 사실상 이란의 군사·핵 역량 전반을 제한하는 포괄적 합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란 내부는 분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 외교 채널에서는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움직임이 있지만, 군부를 중심으로는 강경한 반대 기류가 뚜렷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 군부 영향력이 강화되면서 외교보다 군사 대응이 우선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군 지휘부는 “우리는 결코 타협하지 않는다”, “패배를 합의로 포장하지 말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협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일축했다.

이란은 협상 조건으로 △전면적 교전 중단 △재공격 금지 보장 △전쟁 피해 보상 △호르무즈 해협 주권 인정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제안이 ‘최대치 요구(maximalist)’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타결까지는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다만 양측 모두 출구전략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어 협상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美 “거부 시 더 강한 타격”…군사 압박 병행

미국은 외교적 해법을 추진하는 동시에 군사 압박도 강화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란이 제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추가 군사 대응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이 군사적으로 패배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더 강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국방부는 중동 지역 병력 증강을 추진 중이다. 해병대 이동에 이어 약 3000명 규모의 82공수사단 투입이 검토되는 등 군사 옵션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란 역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새로운 전선을 열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미국 작전에 협력하는 국가에 대한 공격 가능성도 언급했다.

25일(현지시간) 브렌트유 가격 추이 (그래픽=CNBC)


◇국제유가 2% 하락…“공급 충격 속 협상 뉴스에 출렁”


국제유가는 협상 기대가 반영되며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2.2% 하락한 배럴당 90.32달러, 브렌트유는 2.2% 내린 102.22달러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최대 7% 가까이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극심했다.

그러나 유가 하락은 구조적 안정이라기보다 ‘위험 프리미엄 일부 제거’에 가깝다. 실제 공급 측면에서는 여전히 심각한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LNG 수송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며, 이는 전 세계 에너지 공급의 약 20%에 해당한다. 하루 약 2000만배럴 규모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고, 누적 기준으로는 약 5억배럴(글로벌 공급 5일치)이 시장에서 사라진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러시아 수출 차질, 미국 원유 재고 증가 등 상반된 수급 요인이 겹치면서 유가는 ‘하락 압력 속에서도 불안정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리터부쉬는 “협상 기대와 이란의 부인 사이에서 유가는 당분간 뉴스 흐름에 따라 급등락하는 ‘지그재그’ 패턴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은 종전 베팅…하지만 확신 없는 반등”

시장에서는 이미 일정 부분 전쟁 완화 시나리오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의 엘리아스 하다드는 “시장은 전략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분쟁 종식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며 “이란의 대응이 공포의 정점을 지났는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JP모건은 “투자자들이 반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협상 실체에 대한 확신은 부족하다”며 “군사·외교 변수 모두가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베스포크 인베스트먼트 그룹은 “협상 상황이 불투명한 만큼 시장은 당분간 급등락을 반복하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증시는 예상보다 견조”…실적·유동성 기대가 버팀목

협상 타결 기대감에 기술주가 뉴욕증시 상승을 주도했다. 엔비디아(2.0%), AMD(7.3%), 인텔(7.1%) 등 반도체 종목이 강세를 보였고, 금융·산업 등 경기 민감주도 동반 상승했다.

네이션와이드의 마크 해킷은 “개인 투자자들이 하락 시 매수에 나서면서 시장을 지지하고 있다”며 “긴장이 완화될 경우 기관 자금 유입으로 강한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라나이트베이자산운용의 폴 스탠리는 “지정학 리스크는 언제든 방향이 바뀔 수 있는 만큼 과도한 비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며 “곧 시작될 실적 시즌이 시장의 초점을 다시 기업 펀더멘털과 인공지능(AI)으로 돌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S&P500 기업의 1분기 이익 증가율 전망치는 11.9%로, 전쟁 이전보다 오히려 상향 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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