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로리 쇼트(오른쪽)와 에이미 네빌(왼쪽)을 포함한 피해자 유가족들이 자녀의 사진을 들고 로스앤젤레스 고등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AFP)
원고 케일리(20)는 6세부터 유튜브, 9세부터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면서 불안·우울증·신체 이미지 왜곡·자살 충동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배심원단은 인스타그램·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 자동재생, 지속적 알림 등 기능이 이용 시간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됐으며, 이것이 중독과 정신적 피해를 유발한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봤다. 현재 미국에서는 유사한 소송 수천건이 통합·계류 중으로, 이번 판결이 이들 소송 전반에 직접적 영향을 줄 전망이다.
미국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을 1990년대 담배회사 책임 소송에 빗댄 ‘소셜미디어판 빅 토바코(Big Tobacco) 모멘트(분수령)’로 평가했다. 메타와 구글은 판결에 이의를 제기하며 항소를 예고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와 페이스북 화면 (사진=AFP)
이번 평결이 우리나라에 어떤 식으로 파급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 이용자가 국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 도진수 법무법인 진수 대표변호사는 “국제사법에 따라 중독 피해가 국내에서 발생했다면 한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이 인정될 수 있고, 준거법도 피해 발생지인 한국 민법이 적용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미국 평결의 법적 근거인 캘리포니아 주법상 불법행위책임(Negligence)은 원칙적으로 캘리포니아 거주자나 현지 피해에 적용된다. 김하영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한국인이 동일한 청구원인으로 미국법에 기반해 책임을 주장하기는 대부분의 경우 어렵다”며 “연방법 소송도 현재까지 파악된 범위에서는 해외 거주 외국인을 보호 범위에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메타·구글 서비스 약관에 캘리포니아 주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한 조항이 있다면, 이를 근거로 캘리포니아 주법 적용을 주장할 여지는 있다.
◇한국법 적용 시 민법 750조·정통망법이 쟁점
한국법을 토대로 국내 소송을 제기한다면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와 제조물책임법상 ‘설계상 결함’ 법리가 핵심 쟁점이 된다. 도진수 변호사는 “중독 유발 알고리즘을 고의적 과실 또는 제품 결함으로 구성해 청구할 수 있고, 미성년자 피해의 경우 정보통신망법상 청소년 보호 의무 규정을 근거로 사업자의 보호 조치 미흡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과관계 입증의 벽은 높다. 김하영 변호사는 국내 담배 소송 판례를 비교하며 “서울고법은 지난달에도 담배회사에 대한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상기시켰다. SNS 서비스의 설계상 결함이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입법 측면에서도 갈 길이 멀다. 청소년보호법은 SNS를 적용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으며, ‘SNS 셧다운’ 관련 법안들은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로 수년째 논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홍승진 법무법인 바른 외국변호사는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수준의 소송 결과를 도출하기는 당장 어렵겠지만, SNS 부작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향후 규제 필요성에 대한 논의와 입법 수요는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주 고스퍼드 인근 자택에서 14세 소년이 휴대전화를 통해 소셜미디어를 보고 있다.(사진=AF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