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독증' 팔란티어 CEO의 '괴짜 예찬'…"남다른 사람이 살아남는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3월 26일, 오후 06:57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베이징=이명철 특파원] “인공지능(AI)이 일하는 시대, 인간은 무엇으로 살아남아야 하는가.”

인공지능(AI) 시대 인재상에 대한 논의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부터 학계, 연구기관까지 저마다 답을 내놓고 있지만 결론은 같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역량, 즉 AI가 빼앗을 수 없는 것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ADHD·자례증, 오히려 더 창의적 인재”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CEO의 견해는 다소 도발적이다. 최근 그는 AI 시대에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은 ‘기술직 종사자’이거나 ‘신경다양인(Neurodivergent)’ 두 부류뿐이라고 단언했다. 신경다양성은 난독증,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자폐증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난독증을 앓는 카프 CEO는 지난해 12월 뉴욕타임스(NYT) 딜북 서밋에서 “심각한 난독증이 있다면 정해진 방식대로 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자유롭게 생각하는 법을 배운다”고 말했다.

핵심은 정해진 틀 밖에서 생각하는 능력 자체가 강점이라는 것이다. ‘더 예술가적이고, 다른 각도에서 사물을 바라보며, 독자적인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AI 시대의 승자라는 것이다. AI가 저수준 코딩, 법률 검토, 문서 작성을 대신하면서 기존의 평범한 기술은 오히려 경쟁력을 잃는다는 논리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포천 500대 기업은 2027년까지 영업 조직의 5분의 1을 신경다양인 인재로 채우리라 전망했다.

AI 기업 앤스로픽의 공동 창업자 다리오 아모데이는 “인문학 공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앤스로픽이 채용할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소통 능력, 감성 지수(EQ), 공감 능력이라고 설명한다. 카프와 아모데이 모두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역량’을 강조한다는 핵심은 같다.

◇머스크 “아스퍼거 증후군, 혁신 원동력”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미국의 유명 코미디 쇼인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 출연해 본인이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 Syndrome)을 앓고 있다고 공개했다. 그는 상대방의 감정을 읽거나 농담을 이해하는 데 서툴러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이를 숨기지 않고 본인의 특성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아스퍼거 증후군의 특징인 ‘한정된 관심사에 대한 깊은 몰입’은 머스크가 테슬라, 스페이스X 등 혁신적인 기업을 이끄는 데 있어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도 지난 3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한 학교를 찾아 “AI가 계산과 암기를 대신할 때 사람은 호기심, 상상력, 창의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융밍 알리바바 CEO는 “호기심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하도록 이끌고 공감 능력은 사람을 이해하게 한다”며 “인간과 기계의 차이가 결국 호기심과 공감력에서 갈린다”고 했다. 징셴둥 앤트그룹 회장은 “AI가 편리한 도구가 되더라도 독립적인 사고 능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들의 주장은 데이터로도 뒷받침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1월 발표한 미래일자리 보고서는 기업들이 미래 인재에게 원하는 역량으로 ‘분석적 사고’를 첫손가락에 꼽았다. 회복탄력성, 유연성, 민첩성, 리더십, 창의적 사고가 뒤를 이었다. 마케팅 연구 학술지인 ‘아카데미 오브 마케팅 스터디스 저널’에 올해 게재된 논문은 AI가 제조업(30%), 고객서비스(25%), 유통(20%) 등 반복적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는 반면, 데이터사이언스, 머신러닝, AI 윤리, 인간과 AI 협업 등 고 숙련 직종은 오히려 빠르게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노동 시장은 고 숙련과 저 숙련으로 양극화되고 중간 숙련 일자리가 급속히 줄어드는 구조로 재편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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