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관세 표를 들고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AFP)
물가도 올랐다. 연준이 주목하는 지표인 물가 상승률은 지난 1년 새 2.5%에서 3.1%로 높아졌다. 경제학자들이 우려했던 수준의 급등은 아니지만 가계 부담은 커졌다.
◇무역적자 줄고 관세 수입은 급증
성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만성적인 무역적자는 10개월 연속 감소했다. 20개 이상의 교역 상대국이 관세 압박에 굴복해 미국산 제품에 시장을 열었다. 관세 수입도 크게 늘어 현 회계연도에만 1440억 달러(약 218조원) 이상이 걷혔고, 연간 기준으로는 3000억 달러(약 45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WP는 이 같은 규모의 세수 덕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트럼프식 관세를 쉽게 폐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상무장관을 지낸 윌버 로스는 “자유무역이라는 개념은 사실상 사라졌다”며 “그(트럼프)는 세계의 인식을 바꿔놓았다”고 평가했다.
일본이 미국산 자동차 안전 기준을 인정하고, 영국이 미국산 소고기 수입 쿼터를 확대한 것도 성과로 꼽힌다. 웬디 커틀러 전 미국 무역협상가이자 현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최소한 1라운드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긴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합의 체결은 첫 걸음일 뿐이고, 이행이 더 중요하다”고 짚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항구. (사진=AFP)
정책 집행 과정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강경 발언 후 번번이 물러서는 모습에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항상 겁을 먹고 물러선다)’라는 비판이 따라붙었다.
지난달에는 미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긴급 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하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정책을 전면 재설계해야 했다. 1500억 달러 이상의 관세를 환불해야 했고, 이후 1974년 무역법 제122조를 근거로 10% 보편 관세를 다시 도입했다. 이 관세는 오는 7월 중순 만료를 앞두고 있어, 백악관은 보다 항구적인 관세 체계 구축을 위한 새로운 법적 근거를 검토 중이다.
이 같은 정책 불확실성은 기업 투자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윌리엄스소노마의 로라 알버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투자자들에게 “관세 환경은 2025년에도 불확실하고 예측 불가능했으며, 2026년에도 그럴 것”이라며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분석업체 캡스톤의 앤드루 기어 매니징 디렉터는 “기업들은 관세 정책을 신뢰하지 않는다. 하루는 있다가 다음 날 사라지기 때문”이라며 “관세만으로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끌어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편되는 세계 무역 질서
미국이 전통적인 다자무역 체제 지지에서 손을 떼자 세계 각국은 독자적인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남미 메르코수르 블록 간 무역 협정이 오는 5월 1일 잠정 발효된다. EU는 인도와의 무역협정 협상도 마무리했다. 싱가포르, 노르웨이, 칠레, 뉴질랜드 등 16개 소·중규모 국가는 지난해 가을 미국이 사실상 거부하는 ‘규칙 기반 무역 체제’ 강화를 위한 투자·무역 협상에 착수했다.
미·중 무역 관계도 여전히 유동적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오는 5월 베이징에서 회담할 예정이다.
EY-파르테논의 그레그 다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란과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공장들의 최근 회복세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구매관리자지수에 따르면 제조업 경기는 지난달까지 두 달 연속 확장세를 보였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관세 효과보다 인공지능(AI) 산업 호황의 영향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런던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닐 시어링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제조업 개선세는 관세 때문이 아니라 관세에도 불구하고 나타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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