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한달…"오일쇼크 이제 유럽으로 번진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3월 30일, 오후 03:47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세계는 아직 이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9일(현지시간) “지난 일주일 동안 원유·가스 트레이더, 경영진, 브로커, 해운사, 자문가 등 40여명과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에대 대화를 나눈 결과 반복된 메시지는 하나였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어 “업계 전문가들은 1970년대 오일 쇼크와의 유사성을 거론하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더 큰 위기를 예고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사진=AFP)
이란 전쟁, 즉 사상 최대 규모의 원유 공급 충격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국제유가는 급등했고 전 세계 성장 전망치는 하향 조정됐으며, 태국에서 파키스탄에 이르기까지 아시아 전역에서 연료 부족 사태가 현실화하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업계는 “위기는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라며 “아시아를 덮친 연료 부족 사태가 머지않아 유럽 등 서방으로 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유럽은 수주 안에 디젤 부족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단순 추산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줄어든 전 세계 원유 흐름은 하루 약 1100만 배럴에 달한다. 이는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5개국의 하루 소비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사상 최대 규모 전략비축유 방출과 미국의 러시아·이란산 원유 제재 한시 면제가 일부 시간을 벌었지만 이는 한시적 조치다.

토탈에너지스의 패트릭 푸야네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CERA위크 컨퍼런스에서 “이 위기가 3~4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세계 전체의 구조적 문제가 될 것이 분명하다”며 “전 세계 수출 원유의 20%,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능력의 20%가 걸프만에 묶인 채 아무런 결과 없이 지나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에너지부 장관 크리스 라이트는 IEA가 조율하는 비축유 방출이 하루 300만배럴에 달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모건스탠리 분석치인 200만배럴을 더 보수적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다. 미국석유협회(API)의 마이크 서머스 회장은 “이 시점에서 플레이북은 상당히 바닥난 상태”라고 잘라 말했다.

상황은 LNG에서 더욱 극단적이다. 원유와 달리 우회 수송로도, 충격을 완화할 전략 비축량도 사실상 없다. 세계 최대 LNG 플랜트의 일부는 이미 미사일 공격으로 피해를 입었으며, 소유사 카타르에너지는 복구에 최대 5년이 걸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시아에서는 이미 수요 파괴 징후가 뚜렷하다. 파키스탄은 연료 절약을 위해 크리켓 팬들에게 경기를 집에서 시청할 것을 권고했고, 호주에서는 수백개 주유소가 연료 부족을 신고했으며, 항공사들은 베트남발 뉴질랜드행 항공편을 취소했다. 한국은 석유화학 원료이자 휘발유 제조에 쓰이는 나프타 수출을 5개월간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컨설팅업체 FGE 추산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 원유 수요는 이미 이달 하루 200만배럴 가량 줄었다.

이제 유럽이 ‘경제의 혈액’으로 불리는 디젤 시장에서 가격 급등 및 이에 따른 수급 경색에 직면하기 시작했다고 업계는 경고한다. 여러 트레이더와 분석가는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통되지 않을 경우 수주 안에 유럽과 중남미에서 공급 부족이 현실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브렌트유 기준) 수준이라면 유로존 인플레이션을 1%포인트 끌어올리고 국내총생산(GDP)을 0.6% 깎아내리는 충격을 예측하고 있다. 이에 따로 향후 유가가 배럴당 170달러까지 오를 경우 그 충격은 두 배로 커지고, 각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경로부터 미국 중간선거 결과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이 될 것이라고 기관은 경고했다.

칼라일 그룹 에너지 전략 최고책임자인 제프 커리는 “지금 걸프에서 나오는 충격 규모를 고려하면 수요가 하루 500만~1000만배럴 줄어들 수 있으며 이는 1970년대와 유사한 중대한 충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에너지 전환이 매우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그것도 매우 빠르게 우리에게 강요될 것이라는 게 핵심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BNP파리바의 에너지 전략 총괄 알도 스판제르는 “호르무즈가 봉쇄된 상태에서는 원유와 가스 시장 모두 균형을 찾지 못한다”며 “지속적인 봉쇄 상황에서 시장 균형을 위해 필요한 대규모 수요 파괴는 현재보다 훨씬 높은 가격 수준을 요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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