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에 선원 2만명 고립…식량·임금 끊겼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3월 30일, 오후 06:26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이란 전쟁 여파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걸프해역에 발이 묶인 선원들이 미사일과 드론 공격 속에 생존 위협에 내몰리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 추산에 따르면 현재 걸프해역에 고립된 선원은 2만 명에 달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현지시간) 이들이 식량·식수 부족, 임금 체불, 선주의 해협 통과 강요 압박 등 복합적인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로이터
이란은 미국·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지난달 28일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했다. 이란이 전쟁 발발 이후 걸프해역에서 공격한 민간 선박은 최소 22척으로, 이 과정에서 선원 최소 8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실종됐다.

익명을 요청한 한 인도 선원 A씨는 “전쟁 초기 며칠간 미사일이 날고 폭발이 이어져 매우 무서웠다”며 “우리는 꼼짝없이 갇혀 있었다”고 말했다.

스티븐 코튼 국제운수노조연맹(ITF) 사무총장은 “선박 근처에서 로켓과 드론이 날아다니면서 선원들의 공포감이 고조되고 스트레스 수준이 치솟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 노사 합의도 현장에선 ‘유명무실’

이란 전쟁 발발 직후 ITF와 국제교섭포럼(IBF)은 걸프해역과 호르무즈 해협을 ‘전쟁 작전 구역’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선원들은 기본급과 동일한 금액의 보너스를 받고 해협 통과를 거부하며 회사 비용으로 귀국할 권리를 확보했다.

그러나 현장 이행률은 저조하다. 인도 전진선원노조의 마노지 야다브 사무총장은 해당 합의를 준수해야 하는 선박 가운데 실제로 이를 지키는 곳은 30~40%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선원의 급여 구조상 기본급이 전체 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작은 부분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한 선박 선장은 일부 선원의 기본급이 하루 10달러(약 1만5000원)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A씨는 이라크에서 하선하려면 선주의 사인 레터(하선 승인서)가 필요하지만, 선주는 전쟁 전부터 수개월째 임금을 주지 않은 채 연락도 받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사진=로이터
◇선주들, 유조선 운임 급등에 해협 통과 ‘압박’

유조선 운임이 급등하자 일부 선주는 선원들에게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강행하도록 상당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걸프해역에 묶인 한 선박 선장이 전했다.

걸프지역에서 활동하는 기독교 자선단체 선원선교회의 벤 베일리 프로그램 국장은 “선원들이 해협 통과를 강행하지 말아 달라고 선주에 로비해 달라고 요청한 사례가 최소 2건이 있었지만, 하루도 안 돼 해협을 통과하겠다는 연락이 왔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구호 단체에 보낸 이메일에서 한 선원은 선주가 귀환 권리를 무시한 채 걸프해역에서 계속 화물 작업을 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토로한 것으로 FT는 전했다.

베일리 국장은 “선원들은 민간인이고 그저 자기 일을 하러 간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이들을 안전하게 가족 곁으로 돌려보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IMO, ‘인도주의 통로’ 설치 논의…현실화는 불투명

대부분의 선박은 현재 식량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만,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쿠바 시만스키 국제선박관리자협회(ISMA) 사무총장은 “전쟁이 계속된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IMO는 필수 물자가 부족해지는 선박이 해당 지역을 안전하게 벗어날 수 있는 ‘인도주의적 통로’ 설치를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국제독립유조선주협회(Intertanko)의 필립 벨처 해양국장은 통로가 마련되더라도 안전한 항행이 가능할지 현실적 우려가 남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300척의 선박을 동시에 출입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란은 최근 ‘비적대’ 선박에 대해 해협 통과를 허용하겠다고 밝혔지만, 미국·이스라엘 선적 및 ‘침략 가담국’ 선박은 제외했다. 일부 선박은 공식 승인 없이 조용히 통과를 시도하고 있으나, 전체 통행량은 급감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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