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로이터)
◇호르무즈 협력·대미 독자 노선
마크롱 대통령이 아시아를 택한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달라진 국제 질서가 있다. 국제법을 경시하는 미국, 경제적 위압을 강화하는 중국 사이에서 한국과 일본은 프랑스와 가치관을 공유하는 몇 안 되는 파트너다.
현재 프랑스가 가장 주목하는 협력 과제는 호르무즈 해협 안전 항행 체제 구축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교전 중단을 전제로 이 체제를 주도하려 하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35개국 군 참모총장급이 참여하는 온라인 회의를 개최했으며 한국과 일본도 참석했다.
엘리제궁 관계자는 이번 일본·한국과의 정상회담에서 호르무즈 해협 협력 방안에 대해 “매우 상세한 의견 교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너지 안보 외에 원자력, 핵심광물, 인공지능(AI), 우주 분야 협력도 의제에 오를 전망이다.
유럽의 독자 방위를 오랫동안 주창해온 마크롱 대통령이 지향하는 것은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안보 구도다. 미국과의 결정적 충돌을 피하면서도 중동 등지에서 궤도 수정을 촉구하기 위해 한국·일본과의 협력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게 닛케이의 분석이다.
◇삼성·소프트뱅크 등 CEO 면담…경제협력 강화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경제협력에도 공을 들인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소프트뱅크그룹, 이와타니산업, 호리바제작소 등의 경영 수장과 면담하고, 한국에서는 삼성전자(005930), 네이버(NAVER(035420)), 현대차(005380) 최고경영자(CEO)와 별도 회동할 예정이다.
한국 방문 일정과 관련해 엘리제궁 관계자는 “이번 방문은 양국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소프트파워를 가진 두 강대국 간 경제적 우선순위와 공통 과제를 중심으로 관계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와 프랑스 경영자총협회(MEDEF)는 마크롱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맞춰 사이버보안 협력에 합의할 예정이다. 양 단체의 공동성명에는 “프랑스와 일본은 국제법에 기초한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사이버 공간의 비전을 공유한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방산 대기업 탈레스, 통신기업 오랑주, 3D 이미지 전문기업 다쏘시스템 등이 사이버 분야에서 일본 기업과의 연계를 검토하고 있다.
이번 순방에는 프랑스 전력공사(EDF), 원자력 대기업 오라노 등 대기업과 함께 우주 관련 프랑스 스타트업들도 다수 동행한다. 유럽우주기구(ESA)가 도쿄 사무소를 개설하는 등 일본·유럽 우주 협력이 심화되는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나스렉 엑스포센터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원자력 분야는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 드러났듯 양국이 경쟁하는 분야다. EDF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원전을 수주하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엘리제궁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해결되지 않은 갈등 요인이 있다면 이를 해소할 수 있도록 모든 주제를 다룰 계획”이라고 말했다.
◇만화·K팝 관계자 만찬…문화 외교도
마크롱 대통령은 문화 외교에도 공을 들인다. 31일 밤 도쿄 도착 직후엔 ‘만화 문화를 이끄는 인물들’과 만찬을 갖는다. 마크롱 대통령은 SNS에서 수차례 만화·애니메이션을 언급해왔으며, 2021년에는 ‘원피스’ 작가 오다 에이이치로로부터 받은 일러스트를 공개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K팝 아티스트 및 한국 영화 업계 관계자들과 만찬을 가질 예정이다. 엘리제궁 관계자는 “한국 특유의 독보적인 영향력을 높이 평가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오는 6월 여의도 63스퀘어에 개관하는 프랑스 현대미술관 퐁피두센터 한국 분관도 방문할 계획이다.
‘퐁피두센터 한화’ 외관 (사진=한화문화재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