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산유국들 미국 국채 매도 가속…왜?

해외

이데일리,

2026년 3월 31일, 오후 02:01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중동의 주요 산유국들이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이고 있다. 유동성 확보가 국채 매각 결정의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사진=AFP)
30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미국 국채 10년물과 30년물 금리(수익률)는 이달 각각 47.8bp(1bp=0.01%포인트)와 35bp 상승(채권 가격은 하락)해 지난해 7월 중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발발 이후 중동 산유국들이 미 국채 매입을 줄이거나 일부를 처분한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틀어막은 이후 산유국들은 원유 수출이 급감해 유동성이 악화했다.

30조 6000억달러 시장 규모를 자랑하는 미 국채는 전통적으로 불확실한 시기에 안전자산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위험이 증가하면서 투자자들은 이달 내내 미 국채 투자를 줄였다. 여기엔 중동 산유국들이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메건 스위버·엘리너 샤오 전략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 정부의 공식 수요를 반영하는 ‘커스터디얼 홀딩스’(custodial holdings)가 2012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당시 미 국채시장이 현재의 약 3분의 1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진단이다. 미 국채 시장 전체 파이가 3배로 커졌는데도 외국 정부들이 보유한 국채량은 오히려 시장이 훨씬 작았던 2012년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BofA의 두 전략가는 “3월 초 이후 외국 정부의 미 국채 보유량이 660억달러 감소했다”며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중동 산유국들이 외국인 보유 미 국채의 약 3.5%, 즉 3000억달러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이번 감소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제프리스의 토머스 사이먼스 머니마켓 이코노미스트도 “미 국채에 대한 외국인 수요 리스크와 관련해 시장이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지난 몇 년 동안 장기적으로 수요가 지속될 것이란 확신이 흔들리며 시장 매도세를 촉발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최근의 미 국채 금리 급등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채 매도보다는 위험자산 시장의 불확실성 확대와 유동성 수요에 더 기인한다”고 판단했다. 시장 참여자들이 어느 시점에서 악성 자산을 청산한 후 현금 확보를 위해 우량 자산마저 팔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는 것이다. 사이먼스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요 감소가 미 국채 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된 요인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뉴욕증시는 5주 연속 주간 내림세를 이어가며 대부분의 종목이 하락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발전소, 유전, 하르그섬 원유 수출 허브를 파괴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 영향이다. 같은 이유로 국제유가도 재차 상승했다.

미 국채는 인플레이션보다 경기둔화 우려가 앞서며 2년물, 10년물, 30년물 각각 7.7~9.7bp 반등(채권 금리는 하락)했다. 일일 기준 2년물과 10년물 금리 하락폭은 지난해 8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마켓워치는 “주식시장이 5주 연속 하락하고, 펀드의 환매 요구와 기업채 시장의 신용부도스와프(CDS) 거래가 증가한 것도 전반적인 현금 확보 수요를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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