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구 “美 USTR 대표와 통상현안 점검…디지털 무역 공조 재확인”

해외

이데일리,

2026년 3월 31일, 오후 04:01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26일부터 30일까지 카메룬 야운데에서 열린 제14차 WTO 각료회의(MC-14) 기간 중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 디지털 통상·전자상거래를 중심으로 한·미 공조를 재확인했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6일(현지시간) 카메룬 야운데에서 WTO 각료회의 일환으로 열린 WTO 개혁 그룹별 세션을 주재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여 본부장은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백브리핑에서 “각료회의 기간 중 그리어 USTR 대표와 만나 현재 한·미 통상 현안 전반을 점검했다”며 “특히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디지털 무역 안정화와 활성화를 위해 양국이 긴밀히 협력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설명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관세와 관련한 무역 협상을 타결 짓고 현재 남은 비관세 장벽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개최 시기를 조율 중이다. 이번 회동은 다자협상 일정 사이에 짧게 이뤄진 만큼 개별 쟁점에 대한 논의보다는 후속 이행 상황을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여 본부장은 “실무 차원의 합의 이행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는 만큼 한·미 FTA 공동위도 서두르기보다는 필요한 시점에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요인이 협상 진행 자체를 크게 막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번 WTO 각료회의에서 가장 민감했던 디지털 통상 의제는 전자적 전송 무관세 관행(전자상거래 모라토리엄) 연장 문제였다. 여 본부장은 “빅테크와 우리 기업 모두에게 당장 영향을 줄 수 있는 가장 구체적 이슈였고, 미국이 이번 회의에서 가장 중요하게 본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모라토리엄 영구 연장을 요구했으나 브라질은 2년 이상 연장에 반대하면서 이번 회의에서 결국 연장되지 못했다.

한국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미국·싱가포르 등 디지털 선도국 66개국과 함께 WTO 전자상거래 협정의 ‘임시 이행 선언’을 이끌어냈다. 여 본부장은 “발효까지 시일이 더 필요하겠지만, 최소한 참여국 간 디지털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우리 K-콘텐츠·디지털 서비스 수출 기반을 확보하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안보 협의도 이뤄졌다. 여 본부장은 “인도 상공부 장관과의 회담을 통해 현재 국내에서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나프타의 긴급 공급 확대를 요청했다”면서 “우리가 인도에서 수입하는 품목 1위가 나프타로, 대인도 수입의 20% 안팎을 차지한다. 실무 협의를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UAE와는 최근 합의된 2400만 배럴 규모 원유 공급에 대해 ‘안정적 협력을 지속하겠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투자 원활화 협정(IFD) 역시 이번 각료회의의 핵심 의제였다. 한국과 칠레가 공동 의장국으로서 복수국간 협상을 이끌어 WTO 166개 회원국 중 129개국의 지지를 확보했으나 인도의 반대로 이번에도 WTO 법체계 편입은 지연됐다.

글로벌·지역 통상 규범과 관련해서도 논의가 이어졌다. 여 본부장은 싱가포르, 영국, 뉴질랜드, 칠레, 멕시코, 캐나다 등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회원국들을 만나 한국과의 협력 방안을 공유했다.

여 본부장은 CPTPP 가입 문제에 대해 “우리나라에 민감한 분야가 있어 여러 요소를 감안해 조심스럽게 검토하는 단계”라면서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아르헨티나, 코스타리카, 우루과이 등 우리와 교역이 활발한 국가들이 가입을 모색 중이며, 한국은 이들과 정보 교환을 통해 CPTPP 내부 논의 진전을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여 본부장은 멕시코의 비(非)FTA국 대상 최대 50% 관세 인상과 관련해 “우리 기업 우려가 컸지만, 멕시코는 투자 규모에 따라 수입을 무관세로 허용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를 가지고 있다”며 “정부가 멕시코 정부와 협의해 우리 기업이 이런 제도를 최대한 활용해 관세 인상 효과를 상쇄하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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