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터당 2660원' 휘발유 40% 급등한 호주…아프리카·유럽은 품귀

해외

이데일리,

2026년 3월 31일, 오후 09:13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아프리카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가솔린과 경유 재고 부족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1일 보도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원유 공급이 막힌 영향이다.

(사진=AFP)
원유는 산유국에서 소비국으로 이동한 뒤 정제 과정을 거쳐 가솔린, 경유, 항공연료, 등유, 중유 등 각종 석유제품으로 나뉜다. 이들 제품은 자동차 연료와 항공 운임 등을 통해 소비자 지출에도 직접 영향을 준다. 일본석유연맹에 따르면 일본 내 원유로 생산한 석유제품 비중은 2024회계연도 기준 가솔린이 31%, 경유 25%, 항공연료 9%였다.

보도에 따르면 아프리카 남동부 내륙국 말라위에서는 전국적으로 가솔린과 경유 재고가 부족한 상황이다. 북부 음주주 주유소에서 일하는 20대 남성은 “이 주유소에서는 지난 한 달간 가솔린 가격이 31% 올랐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는 중동에서 석유제품을 수입하는 국가가 많지만, 정제시설이 부족해 수급 불안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유럽 조사업체 케플러가 집계한 3월 재고 상황을 보면 아프리카의 경유와 항공연료는 5단계 중 아래에서 두 번째인 ‘압박감’ 수준, 가솔린은 세 번째인 ‘낮은 수준’으로 각각 나타났다. 중동발 석유제품 수입이 크게 줄어든 데다 다른 지역 수입도 감소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호주도 사정은 비슷하다. 호주는 국내 정유시설이 적어 가솔린, 경유, 항공연료의 3분의 2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 케플러에 따르면 이 나라의 가솔린과 경유 재고는 ‘압박감’보다 한 단계 높은 ‘낮은 수준’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수입 물량이 줄어든 것이 배경이다.

호주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가솔린 평균 소매가격은 리터당 2.53호주달러(약 2660원)로 한 달 새 40% 넘게 뛰었다. 크리스 보웬 기후변화·에너지 장관은 26일 연방의회에서 당일 기준으로 “최소 1종류의 연료를 구할 수 없는 주유소가 520곳”이라고 밝혔다.

유럽도 경유와 항공연료 재고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환경규제와 설비 노후화로 정유소 축소·폐쇄가 이어지면서, 많은 물량을 중동에 의존해온 탓이다.

반면 산유국인 미국은 모든 석유제품 재고가 가장 높은 ‘잉여’ 수준이다. 중동 외 지역에서 원유를 많이 들여오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동 의존도가 높지만 비축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일본과 한국 역시 재고 수준만 보면 여유가 있는 편이다.

다만 중동산 원유 공급 우려가 커지면서 석유제품 가격은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다. 한 자원 관련 애널리스트는 “유럽과 미국에서 주로 사던 가솔린 구매자들이 이제 아시아에서도 물량을 더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가솔린 선물은 27일 갤런당 3.3달러대로 한 달 새 61% 뛰어 약 3년 8개월 만의 고가권에 올랐다. 유럽 경유 선물은 톤당 1390달러대로 1개월 새 86% 급등했다. 아시아의 항공연료용 케로신은 23일 배럴당 227달러로 지난달 말보다 두 배 이상 뛰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석유제품 수출국이 수출을 줄이는 경우다. 인도는 여러 나라에서 원유를 수입한 뒤 국내 정유시설에서 석유제품으로 가공해 수출하는데, 인도가 수출을 중단할 경우 아시아를 중심으로 공급 불안이 한층 커지고 가격도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동남아시아의 가솔린 재고 수준은 이미 ‘위기’ 단계다. 가격 급등에 따라 정부가 대응에 나서는 등 혼란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절약 요청은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 니세이기초연구소의 우에노 다케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면 석유제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신흥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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