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달 들어 35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 상승해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2기) 이후 최대 월간 낙폭(국채 금리 상승은 국채 가격 하락을 의미)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핵심 지표로 삼는 자산이 흔들리는 것이다. 에너지 비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 약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전쟁 이후 미국 주요 자산 가격 변화 (자료: 블룸버그) *10년물 국채 수익률달러유가 상승, 주식 하락 *검은 실선은 이란 전쟁 발생 시점
선물 시장에서는 내년 7월까지 예정된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어느 시점에서도 금리 인하가 완전히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달 말만 해도 같은 기간 75bp의 인하가 예상됐던 것과 대조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줄기차게 요구해 온 금리 인하 기대가 사실상 소멸한 셈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전날 “에너지 충격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볼 위치에 있다”며 기존 관망 입장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직 수석 경제보좌관 출신인 스티븐 미란 연준 이사도 예상을 웃도는 인플레이션 수치를 이유로 금리 인하 요구 목소리를 낮췄다.
웰링턴 매니지먼트의 브리즈 쿠라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석달 전만 해도 인공지능(AI)의 대규모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적 성장 효과를 논했는데, 이제는 연준이 손쓸 수 없는 공급 충격을 이야기하게 됐다”며 “성장 전망에 대한 위험이 더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봉쇄, 경기침체 ‘임계점’ 우려
사태를 악화시키는 핵심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다.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이 해협이 막히면서 공급 충격이 증폭되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호르무즈 문제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서 “다른 나라들이 해협으로 가서 그냥 가져오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초조함이 역력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KPMG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호르무즈 해협이 수주 내 재개방되더라도 걸프 지역 인프라 피해로 전쟁 여파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에너지 비용 외에도 알루미늄 등 원자재 비용 상승이 소매 가격으로 전가되는 등 광범위한 혼란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봉쇄가 장기화할수록 효과가 인플레이션에서 경기 침체로 전환되는 ‘티핑 포인트’(임계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서양위원회의 조시 립스키 국제경제 의장은 “사태가 악화될 경우 연준과 각국 중앙은행들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면서도 “그건 글로벌 경기 둔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아무도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성장 전망도 급속 악화
물가 상황도 심상치 않다. 전쟁 발발 직전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지수는 이미 전년 대비 3%를 기록하고 있었다. 연준의 목표치(2%)를 웃도는 수준이다. 10년물 물가연동국채(TIPS) 수익률의 1년 선행 지표는 지난주 2000년대 이후 처음 보는 수준으로 치솟아 화요일 3.38%에 달했다. 지난 20년 평균(1.74%)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성장 전망도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실시간 성장률 추정 모형(GDPNow)은 올해 1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을 지난 1월에는 평균 4.6%로 예측했지만, 이달 23일 기준 2% 아래로 떨어졌다. 스웡크 이코노미스트는 연방정부 셧다운 이후 반등과 세금 환급에 따른 재정 부양 등 올해 경제를 떠받칠 것으로 기대됐던 “거대한 순풍이 증발해버렸다”고 진단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란 전쟁 혼란이 지나갈 것이라고 국민에게 당부하고 있지만, 나티시스의 크리스토퍼 호지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회의적이다. 그는 “연준이 마지막으로 지속적으로 물가 목표를 달성한 것이 5년 전”이라며 “이 연속적인 사건들이 연준의 물가 목표 달성 능력과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10년물 물가연동 국채(TIPS) 수익률 기대 추이 (단위: %, 자료: 블룸버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