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12톤 털리고 웃었다…'이 회사'의 대박 사연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01일, 오전 12:17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초콜릿 41만개가 통째로 사라졌다. 그런데 피해 기업은 웃음을 택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탈리아에서 폴란드로 향하던 네슬레의 킷캣 바 41만3793개(약 12톤 규모)가 운반 도중 도난당한 사건과 관련해 네슬레의 위기 대응이 기업 홍보(PR)의 새로운 교과서로 주목받고 있다고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2016년 10월 20일(현지시간) 스위스 브베이에 있는 식품 대기업 네슬레 전시장에서 초콜릿 웨이퍼 바 킷캣 제품이 전시돼 있다. (사진=AFP)
네슬레는 이 사건을 확인하는 공식 성명에서 “저희는 늘 킷캣과 함께 휴식을 즐기라고 권해왔지만, 도둑들이 메시지를 너무 문자 그대로 받아들인 것 같다”고 밝혔다. 킷캣의 슬로건 ‘잠깐, 쉬어가요(Have a Break, Have a KitKat)’와 ‘훌쩍 떠나다(make a break with)’를 절묘하게 겹친 유머였다. 회사 대변인은 만우절 장난이냐는 질문에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고 확인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초콜릿과 트럭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경쟁사들도 가세한 ‘밈 마케팅’ 릴레이

네슬레의 이 유머 성명은 소셜미디어를 달궜다. 영국 도미노피자는 “킷캣의 슬픈 소식에 깊은 위로를 전하며, 전혀 무관한 소식으로 새 킷캣 피자를 출시한다”고 게시했다. 미국 프로축구(MLS) 구단 샬럿FC는 “전혀 무관한 소식이지만, 이번 토요일 홈경기에서 약 41만3000개의 킷캣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저가 항공사 라이언에어는 아예 자사 비행기가 킷캣을 물고 있는 만화 이미지를 올렸다.

런던 소재 PR 컨설팅사 앤드루 블록 앤 어소시에이츠의 앤드루 블록은 WSJ에 “PR 교과서 같은 사례”라며 “불행을 정면으로 받아들여 긍정적인 것으로 바꿔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저가 항공사 라이언에어가 SNS에 게시한 킷캣을 물고 있는 여객기 이미지 (사진=라이언에어 X)
◇KFC ‘닭 없는 치킨집’ 광고의 선례

블록은 이번 사건이 2018년 KFC 영국 사태를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당시 KFC는 공급업체 문제로 수백개 매장이 문을 닫는 사태가 벌어지자, 영국 신문 전면에 빈 치킨 버킷 이미지와 함께 브랜드 약자를 뒤섞은 ‘FCK’(욕설을 연상시키며 ‘큰 실수’라는 자조를 담은 표현)라는 사과 광고를 게재했다. 닭고기 전문점이 닭고기를 못 파는 상황을 역설적 유머로 승화한 것이다. 이 광고는 이후 위기 PR의 대표 사례 연구로 자리 잡았다.

반면 경쟁사의 악재를 이용한 편승 마케팅이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마케팅 컨설팅사 메타포스의 앨런 애덤슨은 “다섯 번째, 여섯 번째로 올라타면 이미 끝난 것”이라며 타이밍과 브랜드 일관성을 강조했다. 평판관리 컨설팅사 테민 앤 컴퍼니의 데이비아 테민도 “기름 유출이나 항공기 사고 같은 심각한 사안은 (마케팅에 활용하면) 절대 안 된다”며 참여 가능한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을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맥도날드 CEO가 버거를 조심스럽게 한 입 베무는 영상이 화제가 되자 버거킹과 웬디스 경영진이 유사 영상으로 가세한 사례도 같은 맥락이다. 맥도날드는 오히려 이 관심 덕에 신제품 ‘빅 아치’ 판매가 늘었다고 밝혔다.

2018년 당시 KFC의 신문 사과광고 모습 (사진=SNS)
◇악재를 기회로 바꾸는 조건은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에서 3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졌다고 분석한다. △사안의 심각성이 낮을 것(인명 피해·공급 차질 없음) △기업의 반응이 가장 먼저 나올 것 △기존 브랜드 이미지와 일관성을 유지할 것 등이다.

네슬레 측도 “화물 절도는 모든 기업에 점점 심각해지는 문제”라면서도 이번 사건을 유머로 다룬 건 인지도 제고와 함께 실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도난 제품은 고유 제품 코드로 추적이 가능해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