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발 빼나…UAE, 호르무즈 강제 개방 '총대' 멨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01일, 오전 11:04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아랍에미리트(UAE)가 호르무즈 해협을 무력으로 개방하는 작전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협 재개방 없이도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의향을 내비치자, UAE가 그 공백을 직접 메우겠다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14일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에서 에너지 시설 방향으로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AFP)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는 이란에 대한 무력 행사를 승인하는 결의안 표결이 오는 2일(이하 현지시간) 예정돼 있다. 결의가 통과되지 않더라도 UAE는 걸프 지역 최초의 교전국이 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1일 아랍 고위 관리들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UAE, 유엔 결의 추진하며 연합 구성 촉구

UAE는 유엔 안보리의 무력 행사 승인 결의안 채택을 위해 물밑 로비를 벌이고 있다. UAE 관리는 에미리트 외교관들이 미국과 유럽·아시아 군사 강국들에게 해협 강제 개방을 위한 연합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그는 “이란 정권은 체제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으며, 해협 봉쇄로 세계 경제 전체를 끌어내릴 각오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UAE는 또 미국이 전략적 수로 내 아부무사 섬을 점령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아부무사 섬은 이란이 반세기 동안 점령해 왔으나 UAE가 영유권을 주장하는 곳이다. UAE 관리는 기뢰 제거 등 해협 안보를 위한 군사적 지원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긴밀한 동맹인 바레인은 이번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공동 후원하고 있으며, 표결은 오는 2일 진행될 예정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걸프 국가들도 이란 정권에 등을 돌리며 정권 무력화 혹은 붕괴까지 전쟁이 계속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자국 군대의 직접 투입에는 아직 나서지 않고 있다.

◇중립 포기 배경…“이란의 실체 드러났다”

이번 UAE의 입장 전환은 전략적 관점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중동의 금융 허브인 두바이는 오랫동안 이란 정권의 자금줄 역할을 해왔으며, UAE 외교관들은 전쟁 발발 전까지 미국과 이란 사이의 중재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두바이의 호텔·공항을 겨냥한 이란의 공격이 이어지면서 입장이 바뀌었다. UAE 관리는 “전쟁 발발 전에는 이란을 다루기 어려운 이웃이지만 나름의 논리가 있는 국가로 봤다”면서 “그러나 전쟁이 이란의 실체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이란이 UAE에 퍼부은 미사일과 드론은 지금까지 약 2500발에 달한다. 이스라엘을 포함한 어느 나라보다 많은 수치다. 최근 며칠 사이 공격은 더욱 격화돼 탄도미사일·순항미사일·드론 등 약 50발이 단 하루 만에 발사되기도 했다.

이 여파로 UAE의 항공 교통과 관광이 위축됐고, 부동산 시장이 타격을 받았으며, 무급 휴직과 해고 사태도 잇따르고 있다. UAE의 핵심 정체성인 ‘중동의 평화로운 오아시스’라는 이미지도 흔들리고 있다. UAE는 강경한 금융 보복 조치로 대응하고 있다. 에미리트항공이 이란 국적자의 입국과 경유를 전면 금지했으며, 정부는 두바이 이란병원과 이란클럽 두바이를 폐쇄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위치한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 시설.(사진=AFP)
◇트럼프의 ‘역할 분담’ 요구에 호응

UAE의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에 요구한 ‘역할 분담’ 노선과도 맞닿아 있다. WSJ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없이 전쟁을 종결할 수 있으며, 이 문제를 다른 나라들에 맡길 의향이 있다고 참모들에게 밝혔다고 보도한 바 있다.

군사적 기여 면에서 UAE는 상당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입구 인근에 군사 기지와 제벨알리 대형 항구를 보유하고 있어 미국 주도 작전의 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 미국이 공급한 F-16 전투기를 운용하는 소규모 정예 공군도 있으며,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미국과 함께 이라크 공습을 수행한 경험도 있다. 미국산 폭탄·단거리 미사일 재고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물자 부족을 보충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그랜트 럼리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해협 인근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다양한 플랫폼을 배치해 선박을 보호하고 이란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의안 거부권 가능성에도 참전 의지 확고

다만 안보리 결의 채택 전망은 불투명하다. 러시아와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프랑스는 별도의 결의안을 추진 중이다. UAE 관리들은 결의안이 부결되더라도 전쟁에 참여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군사 행동으로 해협을 개방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도 상당하다. 군사 분석가들은 수로뿐 아니라 약 160㎞에 달하는 해협 연안 지역 전체를 통제해야 하며 이를 위해 지상군 투입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애덤 스미스 미 하원 군사위원회 간사(민주당·워싱턴주)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란이 드론 한 대, 기뢰 하나, 자폭 소형 선박 하나만 있어도 해협을 위협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 걸프 담당 관리 출신 엘리자베스 덴트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이 전쟁에 뛰어들면 더 공격적인 이란을 마주하게 되고, 핵심 인프라와 투자자 신뢰에 타격을 입으며, 전후 이란과의 관계 회복도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해협 재개방이나 이란의 군사력 무력화 없이 승리를 선언할 경우 더욱 그렇다는 분석이다.

이란은 수로에 대한 영구 감독권과 통행세 징수권을 요구하고 있다. 걸프 국가들은 어떤 외교적 타결도 이란에 해협 관리 발언권을 암묵적으로 부여할 수 있다며, 군사 행동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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