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호르무즈 개방없이 철수, 급한 나라가 열어라"…유가불안 계속된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01일, 오후 09:35

[이데일리 성주원 김겨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없이도 이란에서 발을 뺄 수 있다며 ‘신속 퇴장’ 전략을 밝히자 종전 이후 역학 구도가 어떻게 재편될지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에너지 시장 불안과 중동 내 군사·외교적 공백은 종전 선언 이후에도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 대해 “해협을 이용하는 나라가 가서 직접 열면 된다”고 밝혔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도 “중요한 수로를 확보하는 것은 미국만의 책임이 아니다”고 거들었다. 호르무즈 개방 부담을 중동 국가들과 유럽, 아시아로 넘기려는 의도다.

이 공백을 메우겠다고 나선 것이 아랍에미리트(UAE)다. UAE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무력 행사 승인 결의안 채택을 위해 로비를 벌이는 한편, 결의가 부결되더라도 직접 참전할 의지를 밝혔다. 바레인이 후원하는 해당 결의안은 이달 2일(현지시간) 표결을 앞두고 있지만 러시아·중국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과 프랑스의 별도 결의안 추진으로 채택 전망은 불투명하다. 군사적 개방이 실제로 가능할지에 대한 회의론도 크다. 군사 분석가들은 해협 연안 약 160㎞ 전체를 통제해야 하며 이를 위해 지상군 투입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애덤 스미스 미 하원 군사위원회 간사(민주당·워싱턴주)는 “이란이 드론 한 대, 기뢰 하나만 있어도 해협을 위협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설령 종전을 선언하더라도 호르무즈 해협의 실질적인 정상화는 안갯속이다. 이란은 해협 통과 선박에 대해 ‘특별 안보 서비스’ 명목의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선박 당 최대 200만 달러(약 30억원) 수준의 통행료 부과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란 의회는 관련 계획을 이미 승인했다. KPMG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호르무즈 해협을 수주 내 재개방하더라도 걸프 지역 인프라 피해로 정상화까지는 전쟁 여파가 오랫동안 지속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종전 이후 유가가 빠르게 안정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와 달리, 시장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 상태를 이어가면서 공급 충격이 증폭되고 있다. 대서양위원회의 조시 립스키 국제경제 의장은 “봉쇄가 장기화할수록 효과가 인플레이션에서 경기 침체로 전환하는 티핑 포인트(임계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 브루킹스연구소의 이란 전문가이자 부소장인 수잔 말로니도 “해협이 열리기 전에 군사 작전을 종료하는 것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책임한 행위”라며 “해협 폐쇄가 계속된다면 그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전 선언 후 중동의 역학 구도도 크게 바뀔 전망이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에 ‘5대 재앙’을 입혔다며 UAE·바레인·사우디아라비아·오만·쿠웨이트와 새로운 반이란 동맹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아랍 국가 간 새로운 안보 연대를 형성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이란전이 미국의 압도적 군사력 과시로 마무리하는 양상이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상시적인 위협과 중국의 부상으로 중동은 이전보다 더 복잡하고 불안정한 ‘다극화한 경쟁 구도’로 접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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