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럽, 호르무즈 개방 불참시 우크라 무기지원 중단"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02일, 오전 08:16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노력에 유럽 국가들이 동참하지 않을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압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간) 세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유럽 국가들에게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노력에 협력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는 프로그램인 ‘우크라이나 우선 요구 목록(PURL)’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유럽 동맹국들에 협력을 구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되는 상황에선 불가능하다”는 대답을 들었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이란 전쟁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라며 이란에 대한 미국·이스라엘의 선제 공격을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영국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문제이지) 우리(미국)의 문제가 아니었다”고 맞받아치며 “그것(호르무즈 재개방 동참 요구)은 시험이었다. 우리는 그들을 위해 그곳에 있었지만 그들은 우리를 위해 있지 않았다.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이어 나토를 종이호랑이에 비유하며 탈퇴를 “강력히”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르크 뤼테 나토 사무총장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프랑스·독일·영국 등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을 포함한 여러 유럽 국가들이 지난달 19일 다급히 성명을 내고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노력에 기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표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나토 탈퇴 및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 위협 때문이라고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시간이 부족해 모든 국가를 초대하지도 못한 채 서둘러 작성된 성명”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다른 두 소식통 역시 “뤼테 사무총장이 성명 발표 이틀 전 트럼프 대통령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여러 차례 통화를 가졌다”고 거들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중동 국가들과 새로운 국방 협정의 일환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를 돕기 위해 무기와 방어 기술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애나 켈리 백악관 부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와 다른 동맹국들에 대한 실망감을 분명히 했으며 그가 강조했듯 미국은 이를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 국방부가 우크라이나에 갈 무기를 중동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재개방을 위한 ‘자발적’ 연합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유럽에 동참을 강요한 셈이다.

한편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런던 총리 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나토 탈퇴 위협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 묻는 질문에 “어떤 압력이 있든, 어떤 소음이 있든 저는 영국 총리다. 우리나라의 국익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며 “소움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이란) 전쟁 참전에 대한 입장을 바꾸라는 압력이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나는 전쟁에 대한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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