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출생시민권’ 관련 연방대법원 구두변론에 참석하기 위해 리무진을 타고 백악관을 떠나고 있다. (사진=AFP)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20일 재집권 첫날 불법체류자 또는 임시비자 소지자 자녀에 대해 출생시민권을 인정하지 않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당초 이 명령은 서명 30일 뒤인 같은 해 2월 19일부터 발효될 예정이었으나, 22개 주(州) 법무장관과 시민단체들이 잇달아 위헌 소송을 제기하며 제동이 걸렸다. 수정헌법 14조에서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귀화한 모든 사람은 그들이 거주하는 미국과 주의 시민”이라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이후 여러 법정 다툼 끝에 법리 해석에 대한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 맡겨진 상태다.
정부를 대신해 변론에 나선 존 사우어 법무차관은 수정헌법 14조의 시민권 조항이 원래 노예제에서 해방된 흑인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기 위해 채택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불법 체류자의 자녀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것이 불법 이민을 조장하는 “강력한 유인 요소”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사우어 차관의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새 세상이 왔을 수 있지만 헌법은 (여전히) 같다”며 현재의 출생시민권 해석은 “19세기에는 명백히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일침을 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도 행정명령 시행의 현실적 어려움을 지적했다. 그는 불법 체류 여부를 출생 당시에 판별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행정명령 이행이 “지저분해질(messy)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케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은 “분만실에서 그 일(출생아의 부모가 불법 체류자인지 여부를 즉석 판별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냐”며 실무적 집행 가능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시민자유연합(ACLU) 세실리아 왕 법률국장은 행정명령이 발효될 경우 “미국에서 태어난 수천명의 아기들이 즉시 시민권을 잃게 되며, 과거·현재·미래 수백만명의 미국인 시민권이 의문에 처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1898년 ‘웡 킴 아크’(Wong Kim Ark) 판례를 근거로 미 법원이 영국 관습법상 속지주의 원칙을 수용해 왔음을 강조했다.
이주정책연구소(MPI)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유지될 경우 향후 50년간 미국 내 불법 체류자 수가 약 25%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연방대법원은 이번 회기가 종료되는 올해 6월까지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이날 정부 측 변론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법정을 떠났으며, 이후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출생시민권을 허용하는 멍청한 나라”라고 적었다. 회의적 시각을 내비친 대법관들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