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일부 수입 의약품에 최대 100% 관세…한국은 15% 적용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03일, 오전 04:54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일부 수입 의약품에 최대 10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해외 생산에 의존하는 의약품 공급 구조를 재편하고, 제조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표를 들고 상호관세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AFP)
백악관은 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특허 의약품 가운데 미국과 별도의 관세 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생산되고, 정부와 ‘최혜국(MFN) 가격 협정’을 맺지 않은 제약사 제품에 고율 관세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승인했으며, 대형 제약사 제품은 120일 후, 중소 제조업체 제품은 180일 후부터 각각 시행된다.

다만 모든 국가에 동일한 고율 관세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협상을 통해 관세 조건을 조정한 주요 경제권의 경우 관세율은 최대 15%로 제한된다. 여기에 유럽연합(EU), 한국, 일본,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등이 포함되며, 영국은 이보다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

또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약속한 기업의 경우 수입 제품에 20%의 관세만 부과되며, 정부와 MFN 가격 협정을 체결하면 관세는 전면 면제된다. 이러한 면제 조치는 2029년 1월 20일까지 유지된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가을 “생산을 미국으로 이전하지 않으면 브랜드 의약품에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다만 다양한 예외 조항이 포함되면서 실제 충격은 당초 우려보다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글로벌 대형 제약사 상당수는 이미 행정부와 협정을 체결해 관세를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머크, 일라이 릴리 등 주요 기업들은 메디케이드 약가 인하, 미국 내 직접 판매 확대, 선진국 수준 가격 책정 등의 요구를 수용하는 대신 관세 면제를 확보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여름 총 17개 제약사에 서한을 보내 이 같은 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관세는 주로 중소 제약사와 원료의약품(API) 제조업체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낮은 기업들이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제네릭(복제약)은 이번 관세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향후 상황에 따라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백악관은 상무부에 1년 내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해, 생산 이전 정도에 따라 추가 관세 부과 여부를 판단하도록 했다.

이번 조치는 2025년 4월 시작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도입됐다. 해당 조사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것으로, 특정 수입품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의약품 해외 생산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주장하며, 최대 200% 관세 가능성까지 언급해왔다. 이에 제약사들은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지만, 이번 관세 부과를 막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에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원료의약품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경우 생산 지연과 의약품 부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가격 측면에서도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제약사들은 관세 비용을 자체적으로 흡수하거나 약가 인상으로 전가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미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미국 의약품 가격이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의약품 가격은 보험사, 약가관리업체(PBM), 제약사 간 복잡한 협상 구조를 통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본인부담금(co-pay) 상승이나 보험료 인상 등의 형태로 소비자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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