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사진=AFP)
2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13% 하락한 4만6504.67을 기록했다.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0.11% 오른 6582.69, 나스닥 지수는 0.18% 상승한 2만1879.18을 기록하며 장 후반 반등에 성공했다. 시장 변동성도 크게 확대됐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날 보다 2.73% 덜어진 23.87을 기록했다.
이날 시장은 전형적으로 뉴스에 따라 움직이는 ‘헤드라인 장세’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연설에서 전쟁이 수주간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개장 초 주요 지수는 일제히 급락했다. 다우지수는 장중 한때 600포인트 이상 밀렸고, 나스닥도 2% 넘게 하락하는 등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그러나 이후 이란이 오만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을 관리하는 새로운 프로토콜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낙폭을 빠르게 줄였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부 법무·국제기구 담당 차관은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과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을 감시하기 위한 새로운 프로토콜을 오만과 함께 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평시에도 해협 통과를 원하는 경우 연안국인 이란 및 오만과의 조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이는 제한이 아니라 안전한 통행 보장과 더 나은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가리바바디 차관은 이어 “지금은 전쟁 상태다. (앞으로도) 전쟁 이전의 규칙이 적용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침략국과 그들을 지원하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항행의 제한과 금지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즉, 호르무즈해협이 완전 봉쇄될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하면서 시장은 안도했지만, 해당 조치가 사실상 통행 통제와 비용 부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히 시장을 짓눌렀다.
2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 원유 가격 추이 (그래픽=CNBC)
국제유가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은 전 거래일 대비 11% 이상(11.42달러) 상승한 배럴당 111.5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였던 지난 2022년 6월 이후 3년 10개월 만의 최고치다. 국제 기준유인 브렌트유 6월물은 7% 이상 오르면서 108.66달러를 기록했다.
애덤 턴퀴스트 LPL파이낸셜 수석 전략가는 “현재 주식시장은 유가 움직임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며 “해협 재개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증시 반등 지속성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맥스 고크만 프랭클린템플턴 투자솔루션 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해협 재개를 위한 명확한 합의가 나오기 전까지는 경제 성장에는 하방 압력이, 물가에는 상방 압력이 동시에 작용할 것”이라며 “이는 주식과 채권 시장 모두에 부담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시장에 혼선을 주고 있다. 그는 “전쟁 종식이 가까워졌다”고 언급하면서도 “향후 2~3주 동안 이란을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밝혀 강경 기조를 유지했다. 이날도 이란 인프라를 겨냥한 추가 압박 가능성을 시사하며 긴장을 높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측이 휴전을 요청했다고 밝혔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개방되기 전까지는 이를 고려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전쟁이 단기간 내 종식되기보다는 장기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채권시장에서도 이러한 우려가 반영됐다. 인플레이션 상승 기대 속에 정책금리 전망에 민감한 2년물 미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2bp(1bp=0.01%포인트) 오르며 3.80% 수준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인덱스가 0.44% 상승하며 강세를 보였고, 금 현물 가격은 1.8% 하락했다. 인도 중앙은행이 루피화 급락을 막기 위해 비선도환(NDF) 거래를 제한하면서 루피화가 반등하는 등 신흥국 통화시장도 크게 흔들렸다.
BCA리서치의 펠릭스-앙투안 베지나-푸아리에는 “최근 48시간 동안 워싱턴과 테헤란에서 상반된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며 “변동성이 큰 환경에서는 헤드라인이 아니라 실제 사실에 집중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며칠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선박 운항이 일부 재개됐다는 점, 그리고 이란이 걸프 국가보다는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타격 대상을 조정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결국 해협 정상화 여부가 향후 금융시장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라고 입을 모은다. TD증권의 프라샨트 뉴나하는 “지금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단 하나, 호르무즈 해협이 언제 다시 정상적으로 열리느냐”라고 지적했다.
자산운용사 픽테의 존 위드어 역시 “향후 몇 주간 군사 행동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인프라 공격 위협도 여전하다”며 “시장은 당분간 방어적인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美 경제 2주 만에 급랭…유가發 ‘스태그플레이션’ 경고
이란전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미국 경제 전망이 불과 2주 만에 급격히 악화됐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이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상승을 동시에 자극하며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기업경제협회(NABE)가 실시한 긴급(플래시) 설문조사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은 최근 미국 경제 전망이 “빠르고 의미 있게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급등이 경제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물가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약화시켜 소비를 위축시키는 ‘이중 충격’으로 작용한다.
응답자의 3분의 2 이상은 향후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두고 “위험이 하방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학자들은 성장률 전망도 잇따라 낮추고 있다.
당초 지난 3월 조사에서는 올해 4분기 성장률을 전년 대비 2.1%로 예상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분의 2가량이 이를 하향 조정했다. 이 중 절반은 최대 0.49%포인트까지 낮춰 잡았다.
반면 물가 전망은 상향됐다. 기존에는 근원 인플레이션을 2.7%로 봤지만, 과반의 경제학자들은 이보다 최대 0.25%포인트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경제학자들이 향후 12개월 내 경기 침체 확률을 50%에 근접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이는 평상시(약 15%)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다만 통화정책 경로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기존에는 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 전망이 우세했지만, 현재는 ‘동결’, ‘1회 인하’, ‘2회 인하’로 전망이 거의 균등하게 나뉘었다. 금리 인상을 예상한 응답은 3%에 그쳤다.
◇테슬라 급락·사모신용 경색…비은행 리스크 확산 조짐
개별 종목에서는 테슬라가 기대를 밑도는 분기 판매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5.4% 급락했다. 반면 엔비디아는 0.9%, 마이크로소프트는 1.1%, 브로드컴은 0.3%, 오라클은 0.8% 오르며 기술주간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블루아울 캐피털이 사모신용 펀드 환매를 제한한다고 밝히면서 1.6% 하락했다. 고금리 환경과 유동성 경색 우려가 맞물리면서 비은행 금융 부문으로 리스크가 확산될 수 있다는 경계감이 반영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