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주요 기반시설 공격 시작…전쟁 장기화 우려 커져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03일, 오전 11:21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합의를 압박하며 “석기시대로 되돌리겠다”고 위협한 직후 미군이 이란 주요 기반시설을 목표물로 삼은 폭격을 시작했다. 이란은 “미국이 민간 시설을 공격했다”고 규탄하면서 항전 의지를 밝혔다. 시장에서는 전쟁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재점화되며 국제 유가가 치솟았다.

2일(현지시간)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이란 수도 테헤란과 교외 지역 카라지를 연결하는 B-1 교량에 대한 공격은 미군의 목표물이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하며 에너지, 수자원, 교통 인프라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이란에서 가장 큰 다리가 무너져 내렸고 다시는 사용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앞으로 더 많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이제 이란은 너무 늦기 전에, 위대한 국가가 될 수 있었던 잠재력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합의를 체결해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이란 측은 즉각 반발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민간 시설을 공격하는 것은 이란 국민을 항복하게 만들지 못할 것이며 전쟁이 끝난 후 이란은 재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매체들은 이번 공격으로 8명이 사망하고 95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또 1시간 간격으로 두 차례 공습이 있었으며, 두 번째 공격은 구조대가 부상자를 돕고 있는 도중에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번 공격은 미국이 이란의 기반시설을 목표물로 삼은 공격을 본격화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악시오스는 한 미국 국방 당국자가 “더 많은 교량이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는 이란 민간인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제네바 협약에 따르면 군사적 목표가 아닌 다리, 전력망, 식수 시설 등 민간 인프라를 공격할 경우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란 전쟁 관련 대국민 연설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이란의 필수 인프라인 발전소 등을 타격할 것”이라며 민간 인프라 공격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그는 또 이란 작전이 막바지라면서 “미국은 향후 2~3주 동안 이란을 대대적으로 타격해, 그들을 석기 시대로 돌려놓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다만 이번 공격에 대해서 미 국방 당국자들은 해당 다리가 “이란군의 무기 이동에 쓰이는 것”이라며 민간 인프라 공격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의 가장 큰 다리를 무너뜨렸다는 글과 함께 공격 장면으로 추정되는 영상을 공개했다.(사진=트루스소셜 캡처)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석기시대 발언과 이어지는 공습은 이란과의 호르무즈 해협 재개통을 포함한 협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군은 반관영 통신 파르스통신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적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해 계속 봉쇄될 것”이라고 밝혔다.

2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은 전장 대비 11.41%(11.42달러) 급등한 배럴당 111.54달러에 마감했다. 2020년 이후 최대 일일 상승폭이다. 국제 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6월물도 7.78%(7.87달러) 오른 배럴당 109.0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전쟁이 계속될 경우 이번 달 원유 가격이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UBS 애널리스트 앙리 파트리코는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의미 있는 원유 및 가스 공급 재개가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단기적으로 유가와 가스 가격에 상승 위험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3월 말 기준 전 세계 원유 재고량이 5년 평균 수준으로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며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수록 공급량은 계속 줄어들 것이며,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이번 달 원유 가격은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했다.

이란은 전쟁 발발 이후 사실상 폐쇄된 호르무즈 해협 문제와 관련해 통행료 부과를 본격화하는 조치를 계속하고 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이란이 오만과 함께 해협 통행량을 감시하기 위한 협정 초안을 마련 중이라고 보도했다. 카젬 가리바바디 외무부 차관은 스푸트니크와의 인터뷰에서 “이 협정이 시행되면 선주들이 이란에 통행료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과 걸프 국가들은 해협 재개를 위한 별도의 외교 노력을 시작했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진전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은 40여 개 미국 동맹국을 소집해 화상회의를 열고 이란에 대한 외교적 접근과, 해협 봉쇄 해제 거부 시 제재 가능성을 논의했다. 논의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해당 연합은 휴전 협상에서 호르무즈 해협 문제 해결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이들 국가의 군사 계획 담당자들은 다음 주 회의를 열어 전후 해협 치안 유지 및 기뢰 제거를 위해 해군 전력을 어떻게 배치할지 논의할 예정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오는 4일 해협 재개를 지원하는 결의안 표결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원유 및 가스 수송 재개를 위해 무력 사용을 포함한 다양한 조치를 승인해달라고 유엔에 요청한 상태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은 전장 대비 11% 이상 상승했다.(이미지=CNB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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