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천연가스 흐름이 차단되며 전 세계 에너지 공급량이 약 5분의 1 감소했다. 이는 연료 가격 급등에 그치지 않고, 신발, 의류, 비닐봉지 등 일상용품 생산에 필수적인 석유화학 제품 공급까지 위축시키고 있다.
아시아 지역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에서는 쓰레기봉투 사재기가 벌어졌고 정부는 행사시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라고 권고했다. 일본에서는 혈액투석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의료 튜브가 부족해져 만성 신부전 환자의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말레이시아의 장갑 제조업체들은 고무 라텍스 제조에 필요한 석유 부산물이 부족해 전 세계 의료용 장갑 공급이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대만은 플라스틱이 바닥난 제조업체를 위해 핫라인을 개설했고, 쌀 농가들은 진공포장 비닐을 구할 수 없어 가격 인상을 시사했다.
컨설팅업체 데잔시라앤드어소시에이츠의 댄 마틴 공동대표는 “이러한 현상은 맥주, 라면, 감자칩, 장난감, 화장품 등 모든 분야에 매우 빠르게 확산한다”며 “플라스틱 뚜껑, 상자, 과자 봉지 및 용기를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석유 부산물은 신발과 가구용 접착제, 포장 용기, 산업용 윤활유, 페인트 및 세정용 용제를 만드는 데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나프타 부족이 핵심…“대체재 없다”
공급난 확대의 핵심 원인은 합성소재 핵심 원료인 나프타 부족이다. 나프타는 비축량도 적고 대체재도 없다. 중동에서 나프타의 절반 이상을 조달하는 아시아에는 일부 석유화학 기업들이 원료 부족으로 생산량을 줄이거나 불가항력(포스마쥬르)을 선언했다.
한국은 우크라이나전쟁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산 나프타를 구매하는 한편, 국내 공급 확보를 위해 나프타 수출 금지 조치를 내렸다. 원자재 정보업체 ICIS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 플라스틱 수지 가격은 2월 말 이후 최대 59% 급등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 최대 라면 제조사 농심 관계자는 포장재 공급 업체 재고가 약 한 달치에 불과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JP모건은 전쟁 전에 발송된 마지막 원유 물량이 이달 초 도착하면서 공급 제약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모든 시나리오가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 한 달간 플라스틱 가격이 2배로 뛰면서 포장재 두께를 줄이거나 종이·유리·알루미늄 등 대체 소재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생산라인 전환에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플라스틱 무역데이터 플랫폼 MLT애널리틱스의 스티븐 무어 대표는 “호르무즈해협이 내일 당장 정상화하더라도 아시아 플라스틱 업계가 정상을 되찾기까지 최소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