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사무총장 “전쟁중 연료 사재기 말라”…美·중에 경고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06일, 오전 10:36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가 촉발된 가운데, 세계 각국은 원유와 연료 사재기 충동에 저항해야만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된 상태로 유지될 경우 (글로벌) 에너지 공급량이 더욱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이 촉구했다. 사실상 미국과 중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 (사진=AFP)
◇“수출금지 재고해야”…비축유 방출 효과 반감 우려

비롤 사무총장은 “모든 국가에 (에너지) 수출 금지나 제한 조치를 부과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며 “지금은 세계 석유 시장에서 가장 최악의 시기이며, 수출 금지는 무역파트너와 동맹국, 이웃 국가들에 피해를 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가 중국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으나 발언의 타깃은 분명했다고 FT는 부연했다. 전쟁 발발 5주 만에 휘발유·경유·항공유 수출을 전면 금지한 주요국은 중국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인도도 수출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 상태다. 비롤 사무총장은 “아시아 주요 정유국들은 수출 금지를 재고해야 한다”며 “이를 지속하면 아시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극적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서고 캘리포니아에서 항공유 부족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내에서도 정제유 수출 금지론이 돌고 있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은 원유 수출 금지만 배제했을 뿐 정제유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IEA는 시장 안정을 위해 비상 비축유 4억배럴을 방출하는 공동 대응에 나섰지만, 비롤 사무총장은 “안타깝게도 일부 국가가 공동 비축유 방출 기간에 오히려 자국 재고를 늘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는 도움이 되지 않으며, 지금은 모든 국가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임을 증명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의 원유 재고는 전년대비 5% 증가했다. 에너지 데이터업체 오일엑스에 따르면 중국의 육상 원유 비축량은 4월 기준 약 13억배럴로, 1억 2000만 배럴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4월 원유·석유제품 공급 손실, 3월의 2배”…장기 충격 불가피

비롤 사무총장은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지 않을 경우 “4월에는 3월의 두 배에 달하는 원유·석유제품 공급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평시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5분의 1이 이 해협을 통과하지만, 현재 이란의 선박 공격 위협으로 사실상 폐쇄된 상태다.

분쟁이 종료된 뒤에도 정상 복귀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그는 “유전, 가스전, 송유관, 정유 시설, LNG 터미널 등 현재 중동 내 에너지 시설 72곳이 피해를 입었다”며 “이 가운데 3분의 1은 실제로 심각한 상태이거나 매우 심각한 수준의 손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또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수출의 3분의 2 이상을 홍해 쪽 파이프라인으로 우회시킨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이 파이프라인이 공격받을 경우 “결과는 극도로 참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이번 위기가 1970년대 석유 파동이나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에너지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것이라며, 원자력 부흥, 전기차 확산, 재생에너지 확대가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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