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의 빌리어네어스 로 일대에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사진=AFP)
부동산 서비스 회사 JLL이 집계한 2026년 1분기 맨해튼 오피스 데이터에 따르면, 고품질 오피스 임대 면적은 850만 평방피트(약 79만㎡)에 달했다. 공실률은 2.2%포인트 떨어진 13.5%를 기록했고, 임대료는 전년 대비 3.5% 올랐다. 에반 마골린 JLL 부회장은 “경제적 불확실성이 거의 매일 커지는 상황에서도 뉴욕 오피스 임대 활동은 강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기업 이탈과 오피스 시장 호황이 함께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핵심은 ‘어떤 기업이, 어떤 공간을 떠나고 있느냐’에 있다.
JP모건이 달라스에 더 많은 직원을 두고 있다는 사실은 뉴욕 본사의 폐쇄가 아니라 비용이 덜 드는 백오피스·지원 업무의 분산을 의미한다. ARK인베스트먼트의 플로리다 이전, 시타델의 마이애미 이전, 웰스파고의 자산관리 본부 웨스트팜비치 이전도 같은 맥락이다. 핵심 의사결정 기능은 남기고, 비용 민감 업무를 저세금·저비용 지역으로 내보내는 구조다.
그 빈자리를 채우는 건 인공지능(AI) 기업들이다. JLL에 따르면 올해 1분기 AI 기업들의 임대 활동은 지난해 연간 전체 임대 면적의 약 절반에 해당했다. AI 스타트업 Nscale글로벌홀딩스는 원 밴더빌트에서 뉴욕 역대 최고 임대료인 평방피트당 320달러(약 48만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AI 법률 플랫폼 하비(Harvey)는 원 매디슨 애비뉴에서 9만2000평방피트를 추가 임차했다. 인재 밀집도와 벤처캐피털 접근성을 필요로 하는 AI 기업들에게 맨해튼은 여전히 대체 불가한 입지다.
오피스 시장 전체가 호황인 것은 아니다. 수요는 최고급 빌딩(클래스 A)에 집중되는 질적 분화 현상이 뚜렷하다. 하이브리드 근무가 일상화된 시대에 기업들이 직원을 사무실로 불러들이려면 좋은 공간이 필요하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로어 맨해튼 신규 본사 건립 발표(2월),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뉴욕 오피스 20년 장기 계약 체결(3월)이 대표적이다. 프리미엄 빌딩의 공실은 줄고 임대료는 오르는 반면, 구형 오피스 빌딩은 여전히 고전하는 이중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증세 정책, 왜 시장을 되돌리지 못하나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이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
설령 증세가 실현된다 해도, 정책이 시장의 구조적 흐름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아폴로의 이번 보도가 단적인 예다. 실제 세금이 오르기도 전에 기업들은 이미 남부 주를 탐색하고 있다. 시장은 정책의 결과가 아니라 정책의 예고 자체를 리스크로 읽고 먼저 움직인다. 증세안이 주지사 승인과 의회 통과를 거쳐 현실이 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동안, 기업의 입지 결정은 이미 끝나 있을 수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기업 이탈이 맘다니 취임 훨씬 이전부터 진행돼 왔다는 점이다. JLL 데이터도 현재의 오피스 강세가 맘다니 취임 이전부터 이어지던 추세임을 명시하고 있다. 원격 근무의 정착, 남부 주의 인프라 개선, 벌어지는 생활비 격차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구조적 흐름이다. 세금 정책은 그 변수들 중 하나를 건드릴 수 있을 뿐이다. 뉴욕시 기업연합의 스티븐 풀럽 회장이 “그 단절은 상당 부분 정치 때문”이라고 지적한 것도, 현재의 교착 상태가 시장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더디게 만들고 있다는 의미다.
미즈호의 비크람 말호트라 상무이사는 “대기업들은 더 저렴한 노동 비용, 낮은 세금, 덜한 정치적 불확실성을 찾아 다른 옵션들을 탐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단기 호황 너머의 변수들
현재 뉴욕 오피스 시장의 최대 변수는 AI 붐의 지속 가능성이다. JLL은 AI 기업들이 현재 인원보다 훨씬 큰 공간을 선점하고 있으며, 유연한 임대 구조를 요구하는 점에 주목했다. 마골린 부회장은 이를 두고 “닷컴 붐을 연상시키는 추세”라며 버블 가능성을 경고했다. 단, “이번에는 최고 입지의 최상급 빌딩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은 다르다”는 단서를 달았다.
풀럽 회장은 “다음 오피스, 다음 팀, 다음 사업 확장은 더 저렴한 곳에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며 점진적 기업 이탈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을 경고했다. 대기업 한 곳의 이탈이 실업률 상승과 세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JLL도 현재의 시장 수요를 “안정적”, 개발 활동을 “신중하게 조절된” 수준으로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