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억장 얼굴 학습한 AI, 美 이민단속 활용 논란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06일, 오후 07:15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정부가 인공지능(AI) 기반 안면인식 기술을 이민단속에 본격 활용하면서 ‘빅브라더’(총감시) 사회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셜미디어(SNS)에서 700억장이 넘는 얼굴 사진을 학습한 AI가 단 한 장의 사진만으로도 신원을 거의 100% 특정할 수 있게 되면서다.

(사진=AFP)
◇700억장 학습한 AI…“이미 내 이름 알고 있었다”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거주하는 니콜 클레랜드는 지난 1월 이민세관단속국(ICE) 차량을 발견하고 뒤따르다가 당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ICE 요원이 미국인 여성을 사살하는 사건 발생 직후, 클레랜드는 부적절한 단속을 감시하기 위해 이민단속 차량을 발견하고 몰래 뒤따랐다.

하지만 뒤쫓던 차량은 시내를 맴돌다 클레랜드 차량을 가로막으며 정차했고, 난생 처음 보는 위장복 차림의 남성이 차에서 내려 “니콜”이라며 알 리 없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국경경비대 소속이라고 밝힌 이 남성은 카메라와 안면인식 시스템이 작동 중이라며 계속해서 업무를 방해하면 체포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흘 뒤 클레랜드는 공항 보안검색 혜택이 취소됐다는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ICE가 클레랜드의 이름을 어떻게 특정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미 정부가 AI를 효과적인 수사 도구로 간주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설명했다. ICE가 지난해 안면인식 시스템 전문 스타트업 클리어뷰AI(Clearview AI)와 대규모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클리어뷰AI는 ‘스크레이핑’(scraping)이라 불리는 자동 수집 기법을 통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서 700억장이 넘는 얼굴 사진을 수집했다. 수십억명 규모의 개인 데이터를 일상적으로 수집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이 회사에는 이른바 ‘먹잇감’인 셈이다.

이후 미국 인권단체가 제기한 소송에서 스크레이핑 데이터 수집 방식이 위법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클리어뷰AI는 원고와의 화해 조건으로 민간기업에 대한 시스템 제공이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다만 공공 안전을 위한 수사기관에 대한 서비스 판매는 예외적으로 허용됐다.

미국에선 2013년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 국가안보국(NSA)의 대규모 감시 프로그램을 폭로하며 정부의 감시 사실이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당시 미 정부는 범죄와 테러를 예방하기 위해서라지만 자국민들과 해외 인사들의 통신·인터넷 활동을 비밀리에 수집하고 있었다. 이 사건은 현대 정보사회에서 빅브라더 논란을 촉발한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10여년이 지난 현재, 기업 간 AI 개발 경쟁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프라이버시 전문 변호사인 막스 슈렘스는 “정부가 직접 하면 위법이 될 행위를 클리어뷰AI와 같은 기업이 대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 정부의 우려스러운 AI 활용은 지난 2월에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미 국방부와 계약을 체결한 앤스로픽이 베네수엘라 군사공격을 계기로 자사 AI를 대규모 감시에 사용하는 것을 거부하면서다. 결국 앤스로픽은 정부 조달에서 배제됐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는 “개별적으로는 무해한 데이터라도 강력한 AI를 이용해 자동·대규모 수집하면 모든 사람의 생활 전체상을 파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AFP)
◇미국만 문제 아냐…中, CCTV 4억대 이상의 ‘디지털 감옥’

한편 빅브라더, 혹은 일명 ‘디지털 감옥’이라고도 불리는 총감시 체제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 공공안전·사회 관리 목적으로 4억대가 넘는 CCTV를 설치하고 세계 최대 규모의 안면인식 감시망을 구축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인구수에 미등록 인구조차 넘쳐난 탓에 범죄자 추적 및 사회 신용을 강화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호텔·아파트, 소셜미디어(SNS)·인터넷 등까지 디지털 감시를 강화했다. 최근엔 AI는 물론 드론까지 적극 도입해 감시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감시 범위도 홍콩까지 넓혔다.

중국을 찾는 외국인들도 공항부터 감시를 당하며 관광 비허가 지역에선 어디선가 공안이 나타나 가로막아선다. 이에 일각에선 미국이 중국의 감시 체계를 모방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으며, 중국산 감시 장비는 서방 국가들에서 자주 수입 금지 처분을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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