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재차 압박에도 소폭 상승 그친 국제유가…왜?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07일, 오전 04:35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국제 유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이란 압박 강화에도 불구하고 소폭 상승에 그쳤다. 시장은 군사적 긴장 고조와 함께 휴전 협상 기대를 동시에 반영하며 상승폭이 제한되는 흐름을 보였다.

[사진=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 거래일 대비 0.8% 상승한 배럴당 112.41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2022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이며, 미국과 이스라엘이 2월 말 이란을 공격한 이후 약 68% 급등한 수치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6월물도 전장보다 0.74달러(0.68%) 오른 배럴당 109.7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이날 시장에서는 WTI 가격이 브렌트유보다 높은 이례적인 흐름이 나타났다. 통상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가 WTI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지만, 이번에는 반대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수급 불균형이라기보다는 선물 계약 만기 시점 차이에 따른 기술적 요인으로 분석된다. 현재 WTI는 근월물인 5월물을 기준으로 거래되고 있는 반면, 브렌트유는 이미 6월물로 롤오버된 상태다.

선물시장에서 근월물은 단기 수급 불안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 강하게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즉각적인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더 가까운 시점의 가격을 반영하는 WTI가 일시적으로 더 큰 상승 압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브렌트유는 한 달 뒤 인도분 가격을 반영하는 만큼 향후 공급 정상화 가능성과 OPEC+ 증산 기대 등이 일부 반영되면서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제한됐다.

이날 유가 상승폭이 제한된 배경에는 전쟁 리스크와 협상 기대가 동시에 작용한 점이 꼽힌다. 미국과 이란은 중재국을 통해 휴전 협상 틀을 전달받았지만,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즉각 개방 요구를 거부하며 맞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자유로운 항행은 어떤 합의에도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며 “우리는 자유로운 이동과 모든 것을 원한다”고 밝혔다. 협상 막판 핵심 조건을 명확히 제시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린 것이다.

그는 협상과 관련해 “상대 측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인물이 있으며, 그들은 합의를 원하고 있다”고 말하며 협상 진전 가능성도 언급했다. 협상에는 J.D. 밴스 부통령과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가 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란은 파키스탄을 통해 전달된 휴전안을 거부하고 전쟁의 영구적 종료와 제재 해제, 전후 재건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위한 별도의 관리 체계 구축도 요구하고 있어 양측 간 입장 차는 여전히 큰 상황이다.

이 같은 교착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위협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그는 “이란 전역을 하룻밤 만에 없앨 수 있으며 그 밤이 내일 밤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란이 내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내일 밤 12시까지 모든 교량을 파괴하고 발전소를 작동 불능 상태로 만들 수 있다”며 “우리가 원한다면 4시간 안에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그런 일이 일어나길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요일 오후 8시(미 동부시간)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지옥’을 보게 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러한 강경 발언에도 불구하고 실제 물리적 공급 차질이 일부 완화되는 조짐에 주목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이란의 공격과 군사적 긴장으로 인해 사실상 주요 수송로가 제한된 상태지만, 최근 들어 일부 선박 통과가 재개되면서 ‘완전 봉쇄’ 시나리오에 대한 우려는 다소 누그러지고 있다. 선박 데이터에 따르면 오만 운영 유조선과 프랑스 선사 컨테이너선, 일본 가스 운반선 등이 최근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란이 전면 차단이 아닌 ‘선별적 통과 허용’ 전략을 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변화는 단기 공급 충격의 강도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원유 시장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중동 원유 수출이 완전히 중단될 경우를 최악의 시나리오로 반영해왔지만, 일부 흐름이 유지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다.

어게인 캐피털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평화 계획이 계속 제시되는 매우 유동적인 상황”이라며 “이란은 휴전안을 거부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선박 통과를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SEB리서치의 올레 흐발뷔 애널리스트도 “시장은 앞으로 무엇을 예상해야 할지 파악하려고 하는 단계”라며 “이번 주말 가장 중요한 헤드라인은 일부 선박이 해협을 통과했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공급 불안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중동발 차질은 여전히 글로벌 원유 시장의 구조적 긴장을 높이고 있다. 정유사들은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산 원유와 북해산 등 대체 물량 확보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현물 시장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아시아와 유럽 정유사 간 물량 확보 경쟁이 심화되면서 미국산 WTI 현물 프리미엄은 사상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리스타드에너지의 야니브 샤 애널리스트는 “수출 가능 물량 자체가 제한된 상황에서 OPEC+의 움직임은 도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공급 여건이 제약된 상황에서는 증산 정책이 실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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