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7년만에 이란산 원유 수입 재개…美눈치 vs 실용주의 '줄타기'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07일, 오전 08:03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한창 진행중인 가운데, 인도가 7년 만에 이란산 원유·가스 수입을 재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對)이란 정책에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AFP)
블룸버그통신은 6일(현지시간) 선박 추적 전문업체 케플러(Kpler)를 인용해 이날 인도 국적의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인 ‘그린 아샤’호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해 오만만을 지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선박고유번호(IMP) 없이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또 다른 인도 화물선 두 척도 오만 해안선을 따라 오만만을 빠져나가는 것이 목격됐다.

앞서 인도 석유·천연가스부는 이란전쟁으로 촉발된 공급 차질과 에너지 가격 급등에 대응해 인도 정유사들이 이란을 포함한 40여개국에서 원유를 확보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이 부처는 인도 정유업체들이 이란산 원유 대금 지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주장을 부인했으며, 이란산 LPG 4만 4000톤을 실은 선박이 인도 남부 항구에 입항해 정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산 원유·가스를 사들이는 건 2019년 이후 처음이다. 인도는 세계 3위 원유 수입국이자 2위 LPG 소비국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에너지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원유의 약 50%, 가정용 조리 연료인 LPG 대부분이 이 해협을 경유한다.

CNBC는 인도의 외교적 선택에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호르무즈 해협 의존국들에 미국 주도 해군 연합 참여를 촉구했지만, 인도는 이를 거부하고 이란과 양자 협상을 통해 자국 선박의 안전한 통과를 보장받는 방식을 택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인도가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분쟁에 공개적으로 동원되는 것을 꺼리는 ‘에너지 실용주의’의 반영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균형 외교는 복잡한 맥락 위에 놓여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인도 수출품에 25% 관세를 추가 부과하며 러시아산 저가 원유 수입을 압박했다. 이에 인도는 미국과의 통상 합의를 위해 러시아산 원유를 줄이고 중동산 구매를 늘렸다.

하지만 미국이 촉발한 이란전쟁으로 인도의 에너지 수입에 또다시 차질이 빚어졌다. 특히 에너지 조달 비용이 급증했다. 리스타드에너지의 판카지 스리바스타바 수석부사장은 인도의 원유 바스켓 평균 가격이 2월 배럴당 69달러에서 3월 113달러로 급등했다고 밝혔다.

결국 미국은 지난달 초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 구매할 수 있도록 제재를 한시 유예했다. 케플러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은 하루 약 190만배럴로 2월 약 100만배럴에서 다시 증가했다.

컨설팅업체 테네오의 남아시아 자문위원인 아르핏 차투르베디는 CNBC에 “인도의 이란산 에너지 구매는 인도가 이번 분쟁에서 어느 편도 들지 않겠다는 보험과 같은 역할을 한다”며 “이란과의 일종의 신뢰 구축 메커니즘”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 대가로 인도는 향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자국 선박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기 위해 이란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앞으로 인도의 뒤를 따르는 국가들이 더 늘어날 수 있다. CNBC는 “인도의 이번 조치가 미국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은 낮다면서, 이번 조치는 이란과의 관계 균형을 재조정하려는 인도의 외교적 시도”라고 짚었다. 이어 “이는 미국의 편향적인 대이란 정책에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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