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실적이 이를 뒷받침한다.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의 홍콩 상장 주가는 이란전쟁 개시 이후 29.5% 급등했고, 전기차 업체 BYD의 지난달 해외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65% 급증했다. 세계 최대 태양광 패널 업체 중 하나인 징코솔라도 전쟁 이후 수출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국 태양광 업계의 경우 과잉 생산 및 가격 폭락 등으로 2024년 약 400억달러(약 60조 3600억원)의 손실을 내고 현재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이번 해외 수요 확대가 완충재 역할을 해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WP는 올해 첫 두 달 동안 중국의 재생에너지 기술 수출이 이미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상황에서, 이란전쟁이 이러한 추세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각국 ‘탈(脫)화석연료’ 가속…중국에 주문 몰린다
화석연료 공급 불안이 장기화하면서 각국은 재생에너지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의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이 지난달 향후 2년 동안 태양광 100기가와트(GW) 건설 계획을 발표했고, 필리핀 국영 연금기금은 가정용 태양광 설치를 위한 최대 8300달러(약 1250만원) 대출을 시작했다.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이 에너지 자급 확대에 나선 것이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독일은 지난주 풍력 발전 확대와 전기차 판매 보조금을 포함한 80억유로(약 13조 9200억원) 규모 패키지를 발표했다. 아시아만큼 연료 부족이 심각하지 않은 유럽에서도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WP은 이들 수요 상당 부분이 중국으로 흘러들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중국이 전 세계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배터리 제조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어서다. 핀란드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에 따르면 지난해 청정에너지 기술 부문은 중국 경제 성장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샤먼대학 중국에너지경제연구센터의 린보치앙 소장은 “중국 클린테크 기업들은 비용과 품질 모두에서 절대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의 양비칭 중국 담당 애널리스트는 “에너지 안보가 각국 정부 의제에서 중요성이 커지면서, 청정에너지 전환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이는 유가 급등에 대한 일시적 반응이 아니라 더 긴 추세의 일부”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재생에너지 후퇴…중국과 극명한 대조
중국이 기회를 잡는 사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행정명령을 통해 ‘녹색 보조금이 적성국 공급망 의존도를 높여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며 연방 차원의 친환경에너지 세제 지원을 중단하도록 지시했다. 지난주에는 미국 동부 해안의 해상풍력 건설을 중단시키는 대가로 프랑스 기업에 약 10억달러(약 1조 5100억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같은 시기 중국은 비(非)화석연료 소비 비중을 현재 21.7%에서 2030년까지 25%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재생에너지를 축소하는 미국, 반대로 확대하는 중국의 행보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모습이다. 중국 상무부가 지난 4일 미국의 중국산 녹색제품 수출 제한 조치에 맞대응해 무역장벽 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한 것도 양국의 정책 방향이 뚜렷하게 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중국의 청정에너지 기술 지배력에 대한 서방의 경계심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영국은 지난달 중국 풍력터빈 업체 밍양의 스코틀랜드 최대 규모 터빈 공장 건설 계획을 국가안보를 이유로 불허했다. 중국산 터빈이 핵심 에너지 인프라에 원격 접근·감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에너지 안보와 탈탄소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국가들 입장에서 중국 없이 대규모 재생에너지 전환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태양광 패널 분야만 해도 중국이 세계 제조 능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의 리슈오 중국기후허브 소장은 “이 문제는 단순히 화석연료 대 녹색에너지의 선택이 아니라 세계가 어느 진영에 서느냐의 선택이기도 하다”며 “각국이 중국으로부터 얼마나 디커플링(탈동조화)하느냐가 탈탄소 능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전쟁이 장기화하면 글로벌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 경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WP는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