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새 지도자 '두문불출'…"혁명수비대가 권력 장악"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07일, 오후 05:26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취임 한 달이 지나도록 공개 석상에 단 한 차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고지도자 직할 군사조직인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권력 공백을 메우며 체제를 주도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이 7일 보도했다.

이란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 (사진=로이터)
모즈타바는 지난 2월 28일 미군·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부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테헤란 자택에서 사망한 뒤, 이슬람 법학자들로 구성된 ‘전문가위원회’의 선출로 후계자에 올랐다. 그러나 취임 이후 육성은커녕 실물 확인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망했거나 극도 위중”…트럼프도 의구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말 “모즈타바는 죽었거나 극도로 위중한 상태다. 그에게서 아무런 연락도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러시아 매체 RTVI는 러시아의 이란 주재 대사를 인용, 모즈타바가 이란 국내에 있으나 ‘명백한 이유’로 공개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국영 매체도 그의 ‘전상(戰傷)’ 또는 ‘부상’을 언급하며 부상 사실 자체는 사실상 인정하는 분위기다. 테헤란에 새로 내걸린 그의 초상화에는 한 손이 보이지 않아 부상 묘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성명엔 모순…“유해 대면” 진술 신빙성 논란

공식 성명은 그 수가 극히 적고, 내용 자체에도 의혹이 제기된다. 모즈타바는 지난달 12일 첫 성명에서 부친의 “순교한 유해를 목도하는 영광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로 이어지는 문장에서는 “부상당한 손의 주먹이 굳게 쥐어져 있었다고 들었다”며 직접 경험이 아닌 전문(傳聞) 형식으로 기술했다. 이스라엘 군사 당국자들은 폭발의 격렬함을 감안할 때 그 같은 형태로 유해가 온전히 남아 있었을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모즈타바가 중환자실에서 장기 치료를 받고 있다는 설과도 배치된다. 성명에는 오탈자도 발견됐으며 논리·문체의 일관성도 결여돼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공개된 성명 대부분은 암살된 고위 인사들에 대한 추모 메시지다. 아랍 인근국 보복, 호르무즈 해협 봉쇄, 미국과의 협상 등 핵심 정책 결정에 관해서는 첫 성명 이후 사실상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

◇혁명수비대, 권력 공백 속 전면에

지도자 공백이 길어지면서 혁명수비대가 실질적 체제 운영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키르 중동 프로그램 디렉터는 “경제와 안보 양 측면에서 혁명수비대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혁명수비대는 지속적인 외부 압력 속에서 저항력을 강화해왔다. 이란의 시스템은 압력을 흡수하고 적응하도록 설계돼 있다”며 체제 존속 가능성을 높게 봤다.

초대 최고지도자 호메이니가 전권을 집중시킨 ‘카리스마 지도자형’ 체제, 부친 하메네이의 장기 통치와 비교해도 모즈타바의 존재감은 극히 희박하다. 오랜 대미 대립과 경제 제재를 통해 누가 지도자가 되든 체제가 구조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시스템이 강화된 측면도 있다.

강경 노선의 대가는 결국 인플레이션·실업·내부 갈등·사회 불안이라는 형태로 이란 민중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닛케이는 전망했다.

한국으로서는 이란 체제의 불안정과 혁명수비대의 권한 강화가 호르무즈 해협 관련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해협 봉쇄 시나리오는 유가 급등과 에너지 수급 불안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등 역대 이란 최고지도자가 그려진 현수막 앞을 한 여성이 걸어가고 있다.(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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