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이란에 美기지 위성사진·이스라엘 전력 표적 목록 넘겼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07일, 오후 05:52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러시아가 이란에 중동 지역 미군 기지 등에 대한 위성 정찰 이미지를 제공해 이란의 공격을 지원했다는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의 평가가 나왔다. 러시아 정보기관이 이란에 이스라엘 주요 에너지 시설 55곳의 상세 표적 목록을 전달했다는 보도도 잇따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
로이터통신은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정보당국 문서를 검토한 결과, 러시아 위성들이 지난달 21일부터 31일까지 열흘간 중동 11개국에서 최소 24회 정찰을 수행했다고 보도했다. 정찰 대상은 미국 및 여타 국가의 군사기지, 공항, 유전 등 46개 핵심 시설이다. 이 문서에 따르면 정찰이 이뤄진 지역에는 수일 이내 이란의 탄도미사일·드론 공격이 뒤따랐으며, 이같은 패턴이 반복됐다.

정찰 횟수가 가장 많은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로, 9차례 감시가 이뤄졌다. 이 중 5회는 사우디 북동부 하파르 알바틴 인근 킹 할리드 군사도시를 대상으로 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를 미국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시도로 분석했다. 튀르키예, 요르단,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는 각각 두 차례, 이스라엘, 카타르, 이라크, 바레인, 디에고 가르시아 해군기지는 각각 한 차례 위성 감시를 받았다.

주목할 점은 전 세계 원유·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5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도 러시아 위성의 정찰 대상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이란이 이 해협에 사실상 봉쇄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해협 일대 감시까지 지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크라이나 당국 문서는 이스라엘 기지 공격과 관련한 구체적 사례도 적시했다. 지난달 27일 사우디아라비아 프린스 술탄 미 공군기지가 이란의 공격을 받아 미군의 E-3 센트리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가 파괴됐는데, 러시아 위성이 공격 수일 전 해당 기지를 촬영했고 다음 날인 28일 다시 상공을 지나며 타격 결과를 확인했다고 문서는 밝혔다. 이 내용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말 공개한 정보와도 일치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협력 채널에 대해 이 문서는 위성 이미지 교환이 러-이란 양국이 운용하는 상설 통신 채널을 통해 이뤄지며, 테헤란에 주재하는 러시아 군사정보 요원들이 이를 보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AFP)
◇이스라엘 에너지 인프라 표적화…“에너지 섬 특성 악용”

러시아의 지원은 위성 정찰에 그치지 않는다. 이스라엘 예루살렘포스트(JP)는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정보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 정보기관이 이란에 이스라엘 에너지 시설 55곳의 상세 표적 목록을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표적은 전략적 중요도에 따라 3등급으로 분류됐다. 이스라엘 전체 전력의 약 20%를 공급하는 오롯 라빈 발전소를 포함한 핵심 전력생산 시설이 1등급, 주요 도시·산업 에너지 허브가 2등급, 지역 변전소와 소규모 발전소가 3등급이다. 러시아는 이스라엘이 주변국으로부터 전력을 수입하지 않는 ‘에너지 섬’이어서 주요 시설 일부만 타격해도 대규모 정전과 장기적 에너지 붕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이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버 영역으로도 확대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러시아와 이란의 협력이 사이버 영역으로도 확대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말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이란 산하 해킹 그룹들이 걸프 지역 주요 인프라 및 통신 기업을 겨냥한 공격을 대폭 강화했으며, 러시아 해킹 그룹과 텔레그램을 통해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서는 러시아 계열 해킹 그룹 3곳과 이란의 ‘한달라 핵(Handala Hack)’ 간 협력 정황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이란 해킹 그룹 ‘홈랜드 저스티스(Homeland Justice)’와 또 다른 이란 그룹은 러시아 첼랴빈스크 소재 가상사설서버(VPS) 업체를 이용해 도메인을 등록한 정황도 포착됐다고 밝혔다.

◇미국 “작전에 지장 없다” 일축

로이터에 따르면 백악관 대변인 올리비아 웨일스는 어떤 국가가 이란을 지원하더라도 미군 작전 성공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주요 7개국(G7) 회의에서 유럽 파트너들이 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으며, 공개적으로는 러시아의 이란 지원을 미미한 수준으로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우크라이나 정보당국 문서의 내용을 독자적으로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서방 군사 소식통 한 명과 별도의 지역 안보 소식통이 로이터에 “러시아 위성의 중동 내 활동이 강화됐고 이미지가 이란과 공유됐다”는 자국 정보 결과를 확인해줬다.

러시아와 이란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군사 협력을 심화해 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지난해 1월 ‘포괄적 전략 파트너십 조약’을 체결했으며, 이 조약 4조에는 “양국 정보·안보기관이 국가 안보 강화와 공동 위협 대응을 위해 정보와 경험을 교환한다”고 명시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 동부시간 기준 7일 오후 8시(한국시간 8일 오전 9시)를 협상 시한으로 제시하며 이란 인프라 타격을 위협한 가운데, 이란이 러시아의 정찰·표적 정보를 활용해 이스라엘 에너지망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경우 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 봉쇄 가능성과 함께 이스라엘 전력망이 추가 변수로 부상한 셈이다.

6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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