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질서 '효율→안보' 대전환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07일, 오후 06:55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김윤지 기자] 이란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자 글로벌 에너지 질서가 급격히 뒤바뀌고 있다. 이란전쟁은 ‘저비용·효율’ 중심이던 글로벌 에너지 체계를 ‘안보·회복력’ 중심으로 재편하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폐쇄와 이에 따른 에너지 질서 재편은 세계 경제의 근간을 뒤흔든 ‘구조적 단절(Structural Break)’로 평가받는다. 즉 호르무즈 해협이 “언제든 무기화될 수 있다”는 사실에 기존의 ‘중동 중심의 에너지 질서’라는 판이 깨진 것이다. IEA(국제에너지기구)가 이번 이란전 파장을 “역사상 최대의 공급 충격”으로 규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6일(현지시간)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이번 이란전쟁이 역사상 가장 큰 에너지 공급 차질을 촉발했다”고 말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전 세계 석유·가스 공급의 약 20%가 영향을 받았고 글로벌 원유 공급량은 약 13%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가격 상승을 넘어 주요 산업 원자재 공급망까지 흔드는 연쇄 충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이란은 지금까지 그 어떤 약소국도 가지지 못한 지정학적 장점인 호르무즈 해협을 갖고 있다”며 “현재 전황에 관련해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이란의 지속적인 저항 능력이다. 이란은 여전히 날카로운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어 전쟁의 장기화를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중동 산유국 간 희비도 크게 엇갈렸다. 이란·오만·사우디아라비아는 유가 상승의 수혜를 입었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는 송유관과 대체 항만을 통해 해협을 거치지 않고 원유를 수출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특히 사우디의 1200㎞ ‘동-서 파이프라인’은 하루 700만 배럴 규모로 가동하며 홍해 연안 얀부 항구로 원유를 직접 수송하고 있다. 이 송유관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호르무즈 봉쇄 가능성에 대비해 건설한 것이다.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산유국들은 이번 전쟁에서 생명선 역할을 한 송유관의 신규 건설을 재검토하고 있다.

전문가와 시장에선 이번 이란전 파장으로 전 세계 국가가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있다며 ‘탈중동’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에너지 자원이 단순 상품에서 ‘전략 무기’로 새롭게 평가받으며 물류비용 상승과 지정학적 리스크를 가격에 상시 반영하는 ‘안보 프리미엄’이 굳어졌다고 평가했다.

영국 채텀 하우스의 닐 퀼리엄 연구원은 “한번 호르무즈가 닫히면서 언제든 다시 봉쇄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겼다”며 “이제 에너지 시장의 리스크 구조 자체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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