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 동부시간 기준 7일 오후 8시(한국시간 8일 오전 9시)를 협상 시한으로 못 박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등 요구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이란의 모든 다리를 파괴하고 모든 발전소를 가동 불능 상태로 만들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완전한 파괴가 4시간 안에 이뤄질 수 있다”면서도 “우리는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사진=AFP)
이란군 최고사령부인 하탐 알안비야 사령부의 에브라힘 졸파가리 대변인도 이날 국영 TV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망상에 빠진 무례하고 오만한 수사이자 근거 없는 위협”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란의 공세적이고 파괴적인 작전이 지속되는 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 “미국이 이 지역에서 겪은 굴욕과 치욕을 만회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 대사관들, SNS서 트럼프 조롱 릴레이
전 세계 이란 대사관들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조롱했다. CNN에 따르면 주불가리아 이란 대사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 끼어 꼼짝 못하는 모습을 그린 밈(meme)을 게시하며 “지금의 트럼프”라고 표현했다. 주태국 이란 대사관은 “미국 대통령이 10대 청소년처럼 욕설을 내뱉는 것을 보니 미국이 예상보다 빨리 석기시대에 도달한 것 같다”고 비꼬았다. 주오스트리아 이란 대사관은 “미국 대통령이 전례 없는 수준의 구걸을 하고 있다”며 “모든 음절에서 절망감이 고스란히 느껴진다”고 적었다.
이 같은 ‘밈 외교’는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이란이 미사일·드론 반격과 함께 구사해온 비대칭 정보전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제임스 S. 브래디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며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외교적 수사와 달리 이란 주민들의 현실은 혹독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테헤란 시민들은 매일 밤 유리창에 테이프를 붙이고 창에서 멀리 떨어진 방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전력·수도 차단을 우려해 발전기를 사들이거나 통조림·물·보조 배터리·충전식 비상등으로 구성된 ‘생존 키트’를 챙기는 이들도 늘고 있다. 테헤란에 사는 한 38세 남성은 “핵심 인프라가 파괴되면 우리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겠느냐”며 북부 지역으로의 피신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WSJ은 전쟁 초기 상당수 이란인이 정권 교체를 기대하며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을 반겼으나, 2만회 이상의 공습에도 정권이 건재하고 민간 피해가 쌓이자 여론이 돌아섰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이란 전쟁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물론 한국·호주·일본으로부터도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불만을 재차 드러냈다.
협상 시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군사 행동에 나설지, 협상 국면으로 전환할지가 최대 변수로 남아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지속될 경우 원유·액화천연가스(LNG) 수급에 높은 의존도를 가진 한국으로서도 에너지 가격과 공급망 불안이 직결된 문제인 만큼 향방을 주시해야 할 상황이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해안 도시 네타냐 상공에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이 궤적을 그리며 떨어지고 있다.(사진=AF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