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중재’ 한 줄기 빛…뉴욕증시, 막판 반등[월스트리트in]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08일, 오전 05:56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뉴욕증시가 7일(현지시간) 중동 전쟁을 둘러싼 외교적 해법 기대가 부각되면서 장 막판 낙폭을 대부분 만회하고 혼조세로 마감했다. 장 초반 군사 충돌 우려로 크게 흔들렸던 투자심리는 협상 가능성이 부각되며 빠르게 회복됐다.

이날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18% 하락한 4만6584.46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대형주 벤치마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0.08% 오른 6616.85,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0.10% 상승한 2만2017.85에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중동 정세가 단기간 내 극단적인 충돌로 치닫기보다는 협상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여전히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다만 협상이 실패할 경우 유가 급등과 함께 금융시장 충격이 재차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감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사진=AFP)
◇파키스탄 총리 “2주 시한 연장 요청”에 저점 끌어올려

특히 S&P500과 나스닥은 이날 상승 마감으로 5거래일 연속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이는 전쟁 국면에서도 시장이 ‘완전한 리스크오프’가 아니라 협상 가능성을 반영한 조건부 베팅을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날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이란 협상 시한을 앞두고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장 초반에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주요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을 공격했다는 소식에 긴장이 고조되며 증시가 하락하고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그러나 장 후반 들어 협상 기대가 다시 부각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파키스탄이 미국과 이란 간 중재에 나서며 시한 연장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제안하자 투자자들은 저점을 끌어올렸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이날 장마감을 앞두고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외교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2주간의 시한 연장을 요청한다”며 “같은 기간 동안 모든 교전 당사국이 휴전을 준수해 전쟁을 종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을 향해서도 “선의의 조치로 호르무즈 해협을 2주간 재개방해 달라”고 촉구했다. 파키스탄은 이번 사태에서 미국과 이란 사이를 잇는 핵심 중재국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양측 간 휴전 및 협상 재개를 위한 접점을 모색해 왔다.

이번 공개 요청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최종 시한(미 동부시간 7일 오후 8시)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나온 것으로, 외교적 해법을 위한 ‘마지막 중재 시도’로 해석된다.

◇백악관 “곧 입장 내놓을 것”…협상 기대감↑

백악관도 해당 제안을 인지하고 있으며 곧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혀 협상 기대를 더욱 키웠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장 막판 위험자산을 다시 사들이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국제유가도 상승세가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장 초반 상승폭을 줄이며 0.4% 가량 빠진 배럴당 111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고, 브렌트유는 2.6% 가량 하락한 106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유가가 급등 흐름을 이어가지 않고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자 증시에도 안도감이 확산됐다.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간 완전히 봉쇄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란 역시 원유 수출 차질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기 어려운 만큼 협상 여지가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 하르그섬(사진=AFP)
◇이란에 초강경 최후통첩…트럼프 “오늘 밤 문명 사라질 수도”

다만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만 해도 이란에 대한 군사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오늘 밤 하나의 문명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오늘 밤 하나의 문명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며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며 “나는 그런 일이 일어나길 원하지 않지만, 아마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완전하고 전면적인 정권 교체가 이뤄진 지금, 더 똑똑하고 덜 급진적인 인물들이 등장한다면 혁명적으로 놀라운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오늘 밤 우리는 세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고 복잡한 순간 중 하나를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발언은 미군이 밤사이 이란의 주요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의 군사 목표물을 타격한 직후 나왔다. 투자자들은 파키스탄의 중재 요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AFP)
◇이란 전쟁에 단기 기대 인플레 급등…장기인플레는 3%로 고정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를 자극하고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중동 전쟁 여파로 미국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물가 압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는 신호가 포착됐다.

이날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소비자 기대 설문조사에 따르면 향후 1년 기대 인플레이션 중간값은 3.4%로, 전월 대비 0.4%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1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3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3.1%로 소폭 올랐고, 5년 기대치는 3%로 변동이 없었다.

이번 조사는 3월 2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됐으며,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격을 개시한 이후 소비자 심리 변화가 반영됐다.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이미 5년째 연준 목표치(2%)를 웃도는 물가에 추가 상승 압력이 가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가계의 체감 경기도 악화됐다. 지난해보다 재정 상황이 나빠졌다고 응답한 비중이 늘었고, 향후 1년간 재정 상태가 더 악화될 것으로 보는 가구 비중은 2025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노동시장에 대한 인식은 엇갈렸다. 향후 1년 내 실업률이 상승할 가능성과 실직 확률은 모두 높아졌지만, 실직 이후 재취업 가능성 역시 함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실제 물가 흐름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소비자와 기업이 향후 물가 상승을 예상하면 임금 인상 요구와 가격 전가가 선제적으로 이뤄지면서 실제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는 ‘자기실현적’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연준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중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대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경우 유가 급등과 같은 외부 충격이 발생해도 물가가 장기적으로 통제 가능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반면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세로 고착되면 중앙은행의 정책 신뢰도까지 훼손되면서 물가가 구조적으로 높은 수준에 머물 위험이 커진다.

시장 측면에서도 영향은 크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질수록 금리 인하 기대는 후퇴하고, 경우에 따라 추가 긴축 가능성까지 반영되면서 국채 금리 상승과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 등 ‘크로스에셋 리스크오프’로 이어질 수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 전쟁과 유가 상승 영향으로 단기 기대 인플레이션이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은 우리가 원하는 수준에 있다”며 더 중요한 것은 장기 기대라고 강조한 바 있다.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사진=AFP)
◇굴스비 “스태그 우려”...윌리엄스 “금리 조정 필요 없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에서도 금리 향방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전쟁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며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고했다.

굴스비 총재는 이날 이날 디트로이트 이코노믹클럽 행사에서 “관세발 물가 상승이 가라앉기도 전에 유가 충격이 더해졌다”며 “”연준이 어떤 대응을 해야 할지 명확한 ‘교과서(cookbook)’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를 더 식혀야 할지, 아니면 부양해야 할지 분명하지 않은 매우 불편한 상황“이라며 ”정책 방향이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인플레이션이 경제 전반에 고착될 수 있고, 소비 위축을 통해 경기 하방 압력도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비가 위축되면 스태그플레이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 신중하면서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사진=로이터)


반면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근원 인플레이션 흐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기저 인플레이션과 관련된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근원 물가는 소폭 상승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뉴욕 연은은 금융시장 운영과 공개시장조작(OMO)을 직접 수행하며 국채·금리·유동성 흐름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핵심 기관이라는 점에서, 총재 발언은 시장 인식을 가장 밀착해 반영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뉴욕 연은 총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상시 투표권을 보유한 핵심 인사로, 시장에서는 연준 내 ‘사실상 2인자급’으로 평가된다.

그는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이 0.1~0.2%포인트 정도 오르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에너지 가격 상승 영향으로 전체 물가를 의미하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 성장률 전망은 다소 낮췄다. 윌리엄스 총재는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을 기존 2.5~2.75%에서 2~2.5% 범위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기준금리 조정 필요성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현재 통화정책은 매우 적절한 위치에 있다“며 ”중동 분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보면서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애플 아이폰 시리즈 (사진=홈페이지 캡처)
◇올해 ‘폴더블 아이폰’ 출시 지연 가능성에 애플 주가 출렁

이날 개별 종목 가운데서는 인공지능(AI) 관련주가 강세를 보였다. 반도체 업체 브로드컴은 구글과의 AI 칩 개발 계약 확대 소식에 6.2% 급등하며 시장 상승을 견인했다. 엔비디아(0.3%), 알파벳(2.1%), 아마존(0.5%), 메타(0.4%) 등이 소폭 상승했고, 마이크로소프트(-0.2%), 테슬라(-1.8%) 등이 하락했다.

니케이 아시아는 애플이 엔지니어링 테스트 단계에서 기술적 난관을 겪고 있어 생산 및 출시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여파로 애플 주가는 장중 한때 5% 이상 하락하기도 했다. 그러다 애플이 올해 9월 첫 폴더블 아이폰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하면서 낙폭을 줄이며 2% 하락 마감했다.

블룸버그는 초기에는 디스플레이와 소재의 복잡성으로 공급이 제한될 수 있지만, 비폴더블 신모델과 비슷한 시기에 판매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폴더블 아이폰은 화면 주름(크리즈)과 내구성 문제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기기를 펼쳤을 때는 가로 화면 중심의 넓은 디스플레이를 제공해 영상 시청과 게임 활용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맞춰 운영체제도 아이패드와 유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로 개편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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