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못 피했다, 원자재가 상승에 가전제품 줄줄이 올라

해외

이데일리,

2026년 4월 08일, 오후 07:06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의 가전제품 브랜드들이 잇달아 가격 인상을 발표하거나 준비하고 있다. 계속된 수요 침체로 판매가격 또한 정체된 중국이지만 메모리 칩 품귀와 국제유가 상승 등에 따른 원재료비 부담이 커진 탓이다.

중국 산둥성 칭다오 하이얼 공장에서 직원들이 세탁기 생산 작업 중이다. (사진=AFP)


중국 매체 펑파이는 하이센스, 하이얼, 메이디, TCL, 지멘스, 파나소닉 등 주요 가전 브랜드가 이달부터 제품 가격을 낮게는 5%에서 최고 30%까지 인상할 예정이라고 8일 보도했다.

앞서 중국 경제매체 디이차이징도 지난 3일 일부 중국 가전기업들이 4월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2~10% 인상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러한 가격 인상 흐름이 전반적으로 번지는 것이다.

펑파이는 상하이의 주요 가전제품의 매장을 방문해 실제 가격 인상이 이뤄졌는지를 살폈다. 그 결과 매장에선 아직 가격이 오르진 않았으나 앞으로 인상이 있을 것이라며 마케팅을 펼치고 있었다.

펑파이에 따르면 TCL은 메모리 칩 가격 상승 등 요인으로 앞으로 TV 가격이 약 8%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메이디는 앞으로 가격 인상이 있을 예정인데 고급 냉장고 가격이 수천위안 오를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 가전제품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상승 탓이다. 펑파이는 “구리, 알루미늄, 플라스틱, 원유 등 주요 원자재가 동시에 올라 에어컨, 냉장고 등 백색가전의 생산 비용을 직접적으로 증가시켰다”고 분석했다.

메이디 매장의 관계자는 “냉장고 내부 압축기에는 구리가 많이 필요한데 최근 구리 가격이 크게 올라 판매가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중국 가전업체 스카이워스는 3월말 기준 구리 가격이 지난해 평균보다 18.6% 올랐다고 밝혔다. 알루미늄(18.9%), ABS 플라스틱(51.7%), 폴리프로필렌(PP·26.5%) 가격 상승폭도 컸다. 특히 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석유화학 제품의 가격 상승 압박이 커졌단 분석이다.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칩 품귀에 따른 가격 급등도 영향을 줬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전분기보다 80~90% 올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D램 가격이 2분기에도 45~50% 오를 수 있다고 예측했다.

중국은 오랫동안 저물가에 시달렸던 만큼 가전 등의 가격 인상은 인플레이션 효과를 낼 수 있다. 지난해 중국 소비자물가는 전년대비 0% 상승에 그쳤다. 공장 출고가 등이 포함된 생산자물가지수(PPI)는 2022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3년 이상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공급 측면의 물가 인상은 중국 정부가 원하는 방향은 아니다. 수요가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판매가만 오른다면 더욱 내수 부진을 초래할 수 있고 경기 침체 속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 당국은 휘발유·경유에 대한 가격 조정 조치로 실제 인상폭을 절반으로 낮추는 등 물가 안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 중국 가전 브랜드 사이에서도 이를 의식한 듯 가격 인상을 망설이는 곳들도 나온다.

하이센스 관계자는 펑파이에 “앞으로 가격이 오를 수도 있겠지만 칩과 디스플레이 기술 모두 자사 제품이기 때문에 크게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얼과 메이디의 매장 직원들도 아직까지 가격 인상에 대한 소식이 없다고 전했다.

중국 그리전기의 주레이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최근 “소비자 이익을 보호하며 가격 인상, 감액, 속임수를 쓰지 않겠다”면서 공개적으로 가격 인상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펑파이는 “그리전기측의 이러한 발언으로 다른 브랜드들도 가격 인상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가지게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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